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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쉬들란 "한국도 캐나다처럼 20~30대 젊은 이민자 받아들여야"

[노벨상 수상자들이 말하는 고령사회 해법]

과학기술한림원-노벨미디어 2017 노벨상 서울대화

양자기술·생명공학 연구로 노화 대처기술 나올 것

인류의 기대수명 110세 넘어 2150년까지 150세로

상업적 결과물 강요 말아야 과학분야 노벨상 가능

/사진제공=한국과학기술한림원/사진제공=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은 노령사회(65세 이상 인구 14%) 진입을 맞아 노인이나 어린이보다 20~30대 젊은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핀 쉬들란)


“한국이 노벨상을 받으려면 젊고 재능 있는 과학자에게 자금을 지원하되 상업적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아야 합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리처드 로버츠)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스웨덴 노벨재단 산하 노벨미디어가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미래 고령사회(The Age to Come)’를 주제로 개최한 ‘2017 노벨상 서울대화(Nobel Prize Dialogue Seoul 2017)’에서 노벨상 수상자 5명은 저마다 한국 사회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사회 해결책과 함께 기초과학 분야에서 아직 노벨상을 받지 못한 한국에 대한 문제해결 제시가 눈길을 끌었다.

◇세수 늘리고 젊은 층 이민 확대로 고령사회 대비해야=200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핀 쉬들란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캠퍼스 교수는 고령화에 대처하는 정부와 시장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정부 재정문제가 심각해지고 미국도 베이비부머가 은퇴하며 정부의 연금 부담이 커졌다”며 “정년을 연장해 소득이 이어지도록 하거나 탄소연료 배출에 대해 세금을 올린다든지 정부가 다른 부분 예산을 줄여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980년대부터 각국 정부나 정치인들이 고령화에 따른 영향을 알고 있었지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미국도 국가의료비가 2010년 6,040억달러에서 2015년 8,160억달러로 늘었는데 세금을 올리지 않고 오히려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를 향해 “이민자는 젊은 사람이 많이 오면 플러스고 어린아이나 노인이 오면 비용이 많이 늘어난다”며 “캐나다처럼 20~30대 이민자를 많이 수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중 13.8%가 65세 이상 고령자이며 내년에 14%로 ‘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그는 또 노르웨이를 고령화에 잘 대응하는 국가로 꼽으며 “1980년대에 발견한 유전 수익을 다 쓰지 않고 ‘펀드’ 형태로 비축하며 고령화에 선제 대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핀 교수는 미국 거시경제학자 에드워드 프레스콧과 함께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이 오히려 고물가를 야기하는 과정과 케인스학파가 설명하지 못한 1970년대 석유파동 등 각종 경제현상을 설명했다. 지난해 국제평화재단 초청으로 김일성종합대학 등에서 ‘번영과 빈곤 퇴치를 위한 장기적 방안’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며 “시장경제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했고 ‘기술혁신과 자본축적이 장기적으로 경제 활성화의 필요요건’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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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세르주 아로슈 콜레주 드 프랑스 명예교수는 “양자기술은 체스처럼 복잡한 연산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며 노인을 위한 신약이나 인공장기 개발 등 노령사회 대처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후버(1988년 노벨화학상) 독일 뮌헨공대 교수는 “세포가 노화하는 현상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노화를 멈추거나 더디게 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인구통계 및 노인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장 로빈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교수는 이날 “인류의 기대수명이 110세가 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노화 연구자인 스티브 오스태드 미국 앨라배마버밍햄대 교수는 오는 2150년까지 인류의 기대수명이 150세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 젊은 과학자에게 지원하되 성과 강요 말아야 노벨상 가능=이날 노벨상 수상자들은 아직 기초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이 없는 한국에 대한 조언도 잇따라 내놓았다. 1993년 ‘분리 유전자’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리처드 로버츠 뉴잉글랜드 바이오랩스 과학수석은 “한국은 비교적 연구 역사가 짧은 편으로 젊고 재능 있는 과학자를 배출하고 키워야 한다”며 “펀딩을 주고 그들이 흥미를 느끼는 것은 무엇이든 지원해야 하며 연구를 통해 제품을 만들거나 상업적 결과물을 내라고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흔히 나이 든 연구자들이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오히려 젊은 연구자들이 더 창의적”이라며 “노벨상 연구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율리엔 지에라스 노벨 생리·의학상 심사위원은 “모든 노벨상 수상자들은 예상치 못한 발견을 했을 때 두려워하지 않고 연구를 이어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며 “과학자들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 잘 지원하지 않는데 연구비 담당 기관들은 도전적인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마티어스 피레니어스 노벨미디어 최고경영자(CEO)는 노벨상은 15~20년 업적을 포함해 주는데 우선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며 “한국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4.3%를 국가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놀라운 국가로 성과를 낼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철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한국이 국가 연구개발(R&D)을 많이 한 것이 한국전쟁 이후 20~30년 정도밖에 안 됐다”며 “장기간 엄청나게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고 연구소 같은 인프라 기능 등 지원체제를 갖추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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