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탈원전' 에너지전환 지지도 77.8%…"전기요금 月 13,680원 더 낼 의향"

현대경제硏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찬성 77.8%…원전사고 가능성 등 부정적비용 인식 커

에너지전환으로 추가부담할 수 있는 금액 월 13,860원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핵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77.8%의 국민이 이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전사고 가능성과 사용후 핵연료 처리 등 원자력발전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크다는 인식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력 공급 방식에 대해서도 원자력과 석탄 발전을 축소하고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런 에너지 전환에 따라 국민들은 현재보다 전기요금을 매달 13,680원 더 부담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보고서에서 이달 17~20일 동안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설문조사는 유·무선 전화 RDD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이에 따르면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찬성한다(적극 찬성, 찬성하는 편)고 답한 국민이 77.8%였다. 찬성 여론은 20대가 88%로 가장 높았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감소해 60대 이상에서는 64.4%로 나타났다. 반대(적극 반대, 반대하는 편)한다는 응답자는 18.9%에 그쳤다.

에너지 전환 정책의 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응답자의 35.8%는 현재 속도가 적당하다고 했지만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35.6%에 달했다.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은 25.4%였다.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전면 중단, 노후 석탄 발전소 폐쇄 등으로 원전과 석탄 발전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현재의 4%에서 20%까지 늘리겠다고 한 상태다.



탈원전을 내세운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지지도가 높게 나타난 것은 원자력발전의 사회적 비용이 크다고 인식하는 국민들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구진이 발전원별 외부비용에 대한 체감 인식을 조사한 결과 국민들은 원전사고 위험(82.4%)과 사용후 핵연료 처리 및 원전 해체(75.2%)의 외부비용이 가장 크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석탄이나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배출될 수 있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의 외부비용이 가장 크다는 답변은 각각 65%, 63.9%로 이보다 작았다. 외부비용(external costs)이란 일반적으로 경제활동과 관련해 사회적으로 의도치 않은 손해를 발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원전사고의 사회적 비용이 크다는 인식은 30대(90.3%)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 50대(85.2%), 40대(83.5%) 순으로 높았다.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 처리와 노후 원전 해체에 대해서도 40대(78.8%)와 30대(78.4%)에서 사회적 비용이 크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이렇게 발생하는 외부비용을 발전원가에 포함시켜 소비자들이 분담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찬성 여론이 66.3%로, 반대 여론(28.2%)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실제 유럽 주요 국가들은 환경 관련 세제를 도입하고 배출거래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해 최종 소비자가 외부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가 최근 전력시장운영규칙을 개정해 온실가스 거래제로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소비자들이 분담하도록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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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공급 방식에 대해선 앞으로 원자력 발전과 석탄 발전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응답한 의견이 각각 67.8%, 74.9%로 조사됐다. 반면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각각 55%, 76.4%로 비교적 높았다.

한편 응답자의 절반(50.6%)은 전력 발전에 있어 경제성 뿐 아니라 환경과 안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이 비싸도 환경과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만든 전기부터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 응답자도 37.3%였다. 반면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1.2%에 그쳤다. 이는 올해 초 정부가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및 전력시장 운영과 관련 경제성, 환경 및 국민 안전의 영향을 검토하도록 규정한 데 대한 국민적 지지도가 높다는 것을 뜻한다.

같은 맥락에서 국민들은 에너지 전환에 따라 월 13,680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월 17,878원으로 가장 높았고, 60대 이상이 월 9,769원으로 가장 낮았다. 지역별로는 강원·제주지역이 월 16,987원으로 가장 높았고, 비교적 낮았던 광주·전라지역은 월 12,563원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연구진은 “에너지 전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갈등을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인 국가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원전 건설 재개’와 함께 ‘원자력 발전 축소’를 제안한 것을 계기로 국가 에너지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에너지 전환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또 “현재의 전력 수급 정책은 발전량보다 설비용량 중심을 관리되고 있어 실제 발전량의 변화로 이어지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전력수급계획을 설비용량 믹스 대신 발전량 믹스 중심으로 수립해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전환을 구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밖에 연구진은 △외부비용을 반영한 에너지 세제개편 △시장 규제 기관과 사업자를 분리시키는 전력시장 개혁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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