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정부, UAE와 사우디원전 공동진출 추진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원전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걸프협력회의(GCC)를 이끄는 양국의 관계가 끈끈한 만큼 사우디 원전 수주를 위한 외교적 지렛대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세계 2위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의 풍부한 자금력 등을 바탕으로 각국이 ‘합종연횡’하고 있는 영국·터키 등의 원전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0일(현지시간)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과 모하메드 알 하마디 UAE 원자력공사(ENEC) 사장이 만나 사우디를 포함한 제3국 원전시장에 양국이 공동 진출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문 보좌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에너지각료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UAE 아부다비를 방문 중인데 알 하마디 사장이 “사우디를 포함한 제3국 원전시장에 공동 진출하기를 희망한다”고 하면서 양국 간 협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원전건설 세계 최고 기술력에 투자 큰손 ‘오일 머니’ 날개 달까

UAE 협력으로 사우디 수주 지렛대 확보…英·체코 원전 등 80조 원전 수출에 유리

우리나라와 UAE는 지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 순방 당시 ‘한·UAE 제3국 원전사업 공동진출 업무협약(MOU)’에 서명한 바 있다. 이후 2년여 만에 사우디 등의 원전 수주를 위한 구체적인 협력절차에 착수한 셈이다. 사우디는 이번 에너지각료회의에서 상업용 원전 2기 발주계획을 공식화했다. 산업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과거 MOU가 상징적 차원이었다면 이번 논의는 바라카 원전 완공에 맞춰 협력 논의를 구체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UAE와 사우디의 관계가 좋은 만큼 UAE 바라카 원전에 우리 원전 수출의 기반을 둔 것이 불리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와 UAE의 제3국 원전 수출을 위한 구체적인 협력방안 논의를 통해 기술력으로 무장한 우리나라 원전산업이 세계 최고의 자금력으로 꼽히는 ‘오일머니’라는 날개까지 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고 신용도를 갖춘 UAE가 재무적투자자(FI) 등으로 참여할 경우 한전 입장에서는 금융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정부는 지난달 원전 수출협의회에서 지분의 20%가량을 FI를 통해 조달하겠다는 초안을 세운 바 있다. 우리나라의 원전건설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31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UAE 바라카에 짓고 있는 가압경수로 한국형 원전(APR-1400)의 건설비는 1㎾당 231만원이다. 이는 경쟁국인 일본 개량비등수형경수로(AVWR) 건설비인 365만원 대비 36.7% 싼 수준이다. 미국의 3플러스세대 경수로 AP1000(640만원), 프랑스의 EPR(560만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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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비용과 운전유지비 등에서도 한국형 원전의 경쟁력은 압도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10 발전업 사업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형 원전의 발전비용은 1kwh당 3.1센트다. 중국(3.2센트), 러시아(4.35센트), 일본(4.97센트), 프랑스(5.64센트) 등 경쟁국과 비교했을 때 가장 쌌다. 운전 유지비도 1kwh당 0.97센트로 중국(0.78센트)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취약점으로 꼽혔던 자금력이 UAE와의 협력으로 채워질 수 있는 셈이다. UAE 아부다비 왕가 소유인 아부다비투자청은 자산이 780조원가량인 세계 2위 국부펀드다. 2015년 MOU를 체결할 당시에도 정부는 UAE의 자금력을 더해 국가 간 합종연횡으로 확대된 원전 수주전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UAE도 원전 수출에 적극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UAE 당국이 그동안 철저히 공개를 피해온 바라카 원전을 이번 에너지각료회의에서 적극적으로 공개한 것은 그만큼 자부심이 크다는 의미”라며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국가 원수급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왕세자를 만난 것도 이례적”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사우디를 포함해 당장 가시권에 들어온 원전 프로젝트만도 세 개에 달한다. 우선 사우디는 이르면 올해 상업용 원전인 1.4GW급 원전 2기의 국제입찰을 위한 예비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젝트 규모만도 약 200억달러(22조원)로 추정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물밑에서 진행 중인 체코에는 2040년까지 1GW 안팎의 원전 4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체코는 지난달 잇따라 원전특사와 상원의장 등을 파견해 한국형 원전인 APR-1400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르면 내년에 주인을 가리는 세 개 프로젝트 규모만도 80조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터키·베트남·이집트·인도 등에서도 원전수주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산업부는 향후 발주계획인 각국의 원전사업을 두고 옥석을 가려 접근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이집트 원전 수주 당시도 막판에 수용 불가능한 조건이 나오면서 결국 우리가 거부했다”며 “여느 정부도 그랬지만 손해 보는 원전 수주는 절대 안 하겠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세종=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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