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고개를 들자

조교환 디지털미디어부 차장



현대인의 스마트폰 사랑은 실로 대단하다. 길을 걸을 때조차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할 정도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이들이 허다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정보의 시대가 아닌가. 넘쳐나는 정보에 조금이라도 뒤처지지 않으려면 접근성과 편리성이 좋은 스마트폰만큼 제격인 것도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대한 도 넘은 사랑은 사회 곳곳에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일명 ‘스몸비족(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 신조어)’이 넘쳐나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에 미국과 중국에서는 스마트폰 전용도로가 등장하고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시는 길을 건널 때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벌금을 물리는 법안까지 시행했다.

스몸비 사고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국민안전처 통계를 보면 지난해 스마트폰과 관련된 교통사고가 1,360건으로 5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거리에 ‘보행 중 스마트폰 주의’ 등의 문구를 담은 다양한 표지판을 세우고 있지만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을 때 시야가 극도로 좁아져 스몸비족이 사고를 당할 확률은 일반인보다 70%가량이나 높다고 한다. 국내에서 700만명 이상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라는 한국과학정보화진흥원의 발표에서 보듯이 스몸비 사고가 위험수위에 달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폐해는 교통사고뿐만이 아니다. 친구·동료들과 대화하면서도 어느새 눈은 스마트폰을 향해 있다. 스마트폰 게임만 하는 자녀, 뉴스를 검색하는 아버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하는 어머니 등 집 안 풍경도 점점 바뀌고 있다.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스마트폰이 대화의 문을 닫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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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에 있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에 대한 위험성은 더욱 심각하다. 청소년 10명 중 3명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끼거나 일상생활에 장애를 겪는 중독 위험군이다. 게다가 도박·폭력·음란물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모방범죄도 늘고 있다. 음식점이나 공공장소에서 어린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시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영유아에게도 말이다. 아이들의 장난으로 타인에게 폐가 될까 하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자녀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좋지 않을까.

무분별한 스마트폰 사용으로 우리는 안전에 고개를 숙이고, 대인관계에 고개를 숙이고, 미래세대의 올바른 인성 함양과 건강에도 고개를 숙이고 있다. 편리함을 위해 만든 문명의 기기가 만든 어두운 이면이다. 이미 스마트폰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고 사용을 단순히 억제할 수만은 없다. 경고 표지판이나 법안 시행 등 사회적 제재 방안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절제할 수 있는 용기가 아닐까. 이제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자. 그것이 우리의 생활을 더 망가뜨리기 전에.

change@sedaily.com

조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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