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4차 산업혁명시대 '아마조네스 군단' 키우자]철강벤처 일궈 1,000억 매출…男못잖은 女CEO 는다

<1> 男영역 뛰어든 '철의 여인들'

여성벤처기업수 3,000개 돌파

청년창업학교 출신 여성창업가

기계재료분야 6년새 0→12명

"고부가산업 개척 질적성장 꾀해야"

김은이 마이휴 대표가 지난해 11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SBC 데모 데이에서 현지 벤처캐피털을 대상으로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진흥공단김은이 마이휴 대표가 지난해 11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SBC 데모 데이에서 현지 벤처캐피털을 대상으로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진흥공단




‘철의 여인’이란 별칭으로 유명한 최승옥 기보스틸 회장은 철강업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철강업체에 입사해 업계 최초로 여성 영업부장으로 발탁되며 두각을 나타낸 그는 1999년 직원 4명과 함께 ‘기보스틸’을 설립, 열연·냉연 철강 부품소재 전문기업으로 키워냈다.


자동차 알루미늄 부품기업인 한주금속의 정삼순 대표는 창업주였던 남편 고(故) 이중희 회장이 갑작스럽게 타계하자 1995년부터 대표직을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기술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해 자동차 알루미늄 부분을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직수출하는 데 성공, 내수에만 주력하던 회사를 수출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들은 모두 ‘벤처천억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여성벤처기업들이다.

벤처업계에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여성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아마조네스’ 군단이 대한민국 산업 지도를 재편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성벤처기업 수는 지난 2005년 308개에서 2015년 2,566개, 지난해 2,923개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 8월말 현재 3,193개로 3,000고지를 넘어섰다. 전체 벤처기업 중에서 여성벤처의 비중도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 지난 2014년 8%에서 올해는 8월말 현재 9%를 돌파했다. 이런 추세라면 몇 년 안에 10%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 비해서 질적 성장은 미약한 편이다. 벤처업계에서 ‘규모의 경제’ 달성 기준으로 삼는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여성벤처기업은 지난 2015년 벤처기업 474곳 중에서 7곳(1.47%)에 그쳤다. 지난해의 경우도 513곳 가운데 9곳으로 1.75% 수준이다.

0115A18 여성



다행스런 점은 최근 2030세대 여성들이 속속 창업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대표적인 청년 창업가 양성 프로그램인 ‘청년창업사관학교’ 통계를 보면 최근 4년간 전체 창업자 가운데 여성의 비중이 14.8%에서 21.1%로 늘어나는 추세다.

관련기사



이처럼 양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여성 창업가들은 업종 경계를 무너뜨리며 정보산업이나 제조 등 전통적인 남성들의 영역으로 뛰어들고 있다. 청년사관학교 출신 여성창업가들의 업종을 살펴보면, 2011년 기계재료 분야에 전무했던 여성 창업가가 지금은 12명으로 늘었다. 전기전자도 같은 기간 7명에서 11명으로, 식품도 1명에서 17명으로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인 장성은 요크 대표는 디자인을 접목한 생활 제품을 고민하다가 휴대용 태양광 충전기와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15년 7월 세계적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를 통해 국내 기업 최초로 100만 달러를 끌어 모아 화제를 일으킨 휴대용 태양광 충전기 ‘솔라페이퍼’의 주인공이다. 지난 2015년 9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0억원을 넘었고 내년에는 본격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또 다른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인 강미선 미쥬 대표는 축열보온안감을 활용한 기능성 여성복을 개발했다. 기존 패션에 정보기술(IT)을 더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셈이다.

강 대표는 안감에 솜을 덧대 보온성을 높이는 기존 방식은 부피만 커지고 보온성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데 착안, 축열나노입자를 도포 코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창업 3년 만에 100억원 대의 매출을 내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한 미쥬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진공 관계자는 “최근 들어 화장품이나 도소매업 등 전통적인 여성 창업가들의 영역에서 벗어나 제조업은 물론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으로 진출하는 여성 CEO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면서 “이공계 여성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발맞춰 고부가가치 기술을 접목한 아이디어 상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임채운 중진공 이사장은 “창업 시장이 커지는 추세에 발맞춰 여성벤처기업들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면서 “이제는 양적 성장에 더해 질적 성장을 이뤄 고부가가치 산업을 개척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민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