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이 31일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기까지 우리 정부는 지난 4개월여간 치열한 전방위 외교전을 벌였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양국 관계 해빙 시도가 본격화한 것은 7월부터였다. 당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독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것이 두 정상 간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됐다. 이를 계기로 우리 측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8월부터 중국 측과의 소통 강도를 높였다. 우리 측은 사드 문제 해결이 한중관계 개선을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중국 측과 입장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두 차례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진행했다.
한동안 냉랭했던 시 주석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관건이었다. 특히 사드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한을 막기 위한 자위적 차원의 결정임을 중국 정부가 믿게 하는 게 중요했다. 이를 위해 전면에 나선 주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정의용 실장과 남관표 2차장이었다.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고위당국자들이 직접 나서는 게 중국 측의 신뢰를 얻는 데 가장 효율적이라고 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특히 미국 백악관 측의 도움이 컸다는 게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설명이다. ‘주한미군의 사드는 제3국(중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논리로 백악관 측이 중국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문제에 대한 우려를 백악관 측이 중국에 전달한 것도 상당한 도움이 됐다. 이런 가운데 중국 내 고위당국자들도 문 대통령은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시 주석에게 의견을 나타내면서 이번에 양국이 관계회복에 나서게 됐다고 복수의 당국자들은 전했다. 시 주식이 최근 연임에 성공해 주변국과의 관계개선 필요성이 대두된 것도 이번 양국 관계 복원 결정의 바탕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도 내조외교로 힘을 보탰다. 김 여사는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 부부와 올 8월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중국 대표 미술작가의 특별전을 함께 관람했다. 한 달 후에는 추 대사 내외를 청와대에서 접견해 “두 나라의 좋은 관계를 기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