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드래프트 채용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MLB) 역사에서 193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은 뉴욕 양키스의 독주 시대였다. 1936년부터 1962년까지 27년간 양키스는 16차례나 리그 정상을 밟았다. MLB 사상 전무후무한 4연패와 5연패를 각각 기록한 것도 이 시기다.

양키스의 독주는 메이저리그 선수 선발 시스템을 변화시켰다. 드래프트(draft) 제도 도입이다. 각 구단이 개별적으로 신인 선수와 접촉해 계약하는 대신 각 팀이 미리 정해진 순서대로 원하는 신인 선수를 차례로 공개 지명하는 제도다. 1964년 구단주 회의를 통해 도입된 드래프트 제도는 MLB의 판도를 바꿨다. 1964년 최고 20만달러였던 신인선수 계약금이 드래프트가 도입된 1965년에는 절반인 10만달러로 떨어졌다. 반대로 공개 드래프트는 갑을 관계를 이용해 말도 안 되는 헐값에 신인 선수와 계약했던 일부 구단들의 횡포를 막는 효과도 냈다. 새 제도는 각 구단의 전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전까지 메이저리그를 지배했던 양키스는 1962년 우승 이후 15년이 지난 1977년에야 다시 리그 정상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드래프트 제도를 처음 도입한 것이 MLB는 아니다. 미국프로풋볼리그(NFL)는 이미 1936년부터 전년도 성적의 역순으로 신인선수를 지명하는 드래프트 제도를 운영했다. 2014년 개봉된 영화 ‘드래프트 데이’는 NFL의 신인 드래프트를 놓고 12시간 동안 벌어지는 각 구단의 치열한 전쟁을 그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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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에서나 볼 수 있던 드래프트 채용 방식이 최근 기업에도 확산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 이야기다. 전직을 희망하는 엔지니어가 보유기능과 희망보직을 구인사이트에 입력하면 희망기업들이 연봉 등 근무조건을 제시하며 경쟁을 벌이는 방식이다. 각 구단이 선수를 지명하는 프로스포츠와는 반대로 구직자가 기업을 고르는 일종의 ‘역(逆)드래프트’인 셈이다. 경기 호조로 기업들의 인력 수요는 느는 반면 저출산으로 일할 사람은 적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청년실업률이 10%에 육박하는 한국 취업준비생들에게는 너무 멀고 호사스러운 남의 나라 얘기여서 부러울 뿐이다.

/정두환 논설위원

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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