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와 -39.7%’ 3·4분기 LG생활건강(051900)과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이다. 두 종목은 모두 화장품 업종이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피해주로 분류되지만 한국·중국의 갈등이 이어진 지난 1년여간의 성적표는 확연히 달랐다. 제품·판매 채널 다변화로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둔 LG생활건강은 사드 갈등 이전 수준의 주가를 회복한 상태다. 사드 영향으로 주가가 하락한 중국 관련주에도 비슷한 교훈을 주고 있다.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생활건강은 전일보다 0.94% 오른 117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우리나라 정부가 사드 배치를 공식 발표하고 중국의 무역 보복이 본격화된 지난해 7월(7일 종가 기준 118만1,000원) 수준을 회복한 셈이다. 지난 26일에는 120만3,000원까지 오르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주가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탄탄한 실적이다. LG생활건강은 3·4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2,527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고 24일 공시했다. 3·4분기 영업이익으로는 창사 이래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고급 브랜드 강화와 매출 다변화 노력이 이 같은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 ‘후’ ‘숨’ 등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는 사드 이슈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4% 성장했다. 면세점 의존도를 낮추고 현지 백화점 입점을 확대한 덕분에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줄었음에도 실적 방어가 가능했다.
사업 다변화도 사드 피해를 최소화해줬다. LG생활건강의 전체 매출 중 화장품의 비중은 절반 수준인 52%다. 생활용품과 음료도 각각 26%, 22%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매출 비중이 90%에 달한다. 게다가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한 면세점 매출 부진도 막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의 3·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9.7% 감소한 1,011억원에 그쳤다. 면세점 매출이 전년보다 35%나 줄었다. 마진이 높은 면세점에 지나치게 집중한 것이 화근이 됐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매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1%(2016년 기준)로 LG생활건강(17%)보다 훨씬 높다.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지난해 7월1일 대비 여전히 27.64% 밑도는 상태다.
다른 사드 관련주의 상황도 비슷하다. 꾸준히 해외 면세점을 확대해온 호텔신라(008770)는 중국인 관광객 급감에도 불구하고 3·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9.8% 올랐다. 주가는 사드 갈등이 본격화되기 전보다 오히려 16.69%가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동안 하나투어(039130)도 16.31% 올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일본 진출, 면세점 사업 등으로 사업을 다변화한 덕분에 3·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4.42%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코리아나(027050)·한국콜마(161890)·쇼박스(086980)·에이블씨엔씨(078520)·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027390) 등은 이달 들어 주가 급등세에도 불구하고 사드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마이너스다. 대부분 사드 이슈에 따른 피해를 다른 부문에서 만회하지 못해 고스란히 실적 악화로 이어진 사례다. 이 같은 사드 관련주에 대해 이지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히 중국에 기대기보다 근본적인 기초체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