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이슈

甲질 없는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에 주목

- 정부, 갑질 근절 위해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 지원 강화 예고

[▲해피브릿지 협동조합 정기총회][▲해피브릿지 협동조합 정기총회]


정부가 가맹점들을 착취하는 유명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비윤리적 경영에 대해 ‘보복금지 조치’ 조항 신설 등 적극적인 해결책 마련과 함께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으로 예고해 협동조합 방식의 프랜차이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 최근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 설립 또한 늘고 있는 추세다. 회장의 ‘갑질’ 논란이 불거졌던 미스터피자의 가맹점주 11명이 창립한 ‘피자연합’, 인천 지역의 동네 중소 빵집들이 뭉친 ‘까레몽협동조합’ 는 가맹점주의 경제적 희생을 바탕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기존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모델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 출범한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주식회사의 회사형태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사례로 가장 유명한 곳은 ‘해피브릿지’다. 2005년 7월 주식회사로 출범해 ‘국수나무’, ‘도쿄스테이크’, ‘화평동 왕냉면’ 등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연 매출 300억원 규모의 중견 기업으로 성장한 ‘해피브릿지 협동조합(이하 해피브릿지)’은 ‘사람 중심 경영’을 위해 2013년 직원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업종을 막론하고 국내에서 연 매출 백억 단위의 흑자 상태로 유망한 주식회사가 직원 모두가 소유주가 되는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사례는 지금까지도 해피브릿지가 유일하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협동조합인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국내에선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으로 도산 위기의 기업을 직원들이 십시일반 해 인수한 사례가 있었지만 이는 흑자 상태였던 해피브릿지의 경우와는 다를 뿐만 아니라, 이후 지속가능한 형태로 생존한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

당시 외식 사업계에서 해피브릿지의 협동조합 전환 소식은 일대 사건이었다. 협동조합 전환 이전에도 가맹점과의 상생경영, 직원들의 높은 삶의 질로 동반성장 부문 정부 표창과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는 ‘착한 주식회사’였다. 무엇보다 잘나가던 주식회사가 이윤 추구에 강점보다 약점이 많다고 알려진 ‘협동조합’ 형태로 전환한다는 것은 업계 통상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자충수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6인의 공동창업자들은 창업 당시 목표였던 '직원과 고객의 경제적 만족과 자아실현을 추구'하기 위해 2010년부터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 등 유럽의 협동조합 도시를 직접 탐방하며 협동조합 전환을 차근차근 준비했고, 2011년 국내에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자 협동조합 전환을 실행했다.


우려와 달리 해피브릿지는 협동조합 전환 이후 중견 외식 프랜차이즈기업으로 탄탄히 자리매김했다. 대표 브랜드인 ‘화평동 왕냉면’과 ‘국수나무’에 이어 일본식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인 ‘도쿄 스테이크’ 등 4개 브랜드 530여개 매장을 전국에 운영 중이며 생산공장 확장 이전과, 온라인 식품 사업도 순항 중이다.

관련기사



특히 ‘국수나무’는 협동조합 전환이 있었던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연속으로 한국프랜차이즈협회가 선정한 프랜차이즈 대상을 수상하는 등 질적으로도 우수한 프랜차이즈로 평가 받고 있다.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 모델의 우수성을 알리는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협동조합 프랜차이즈 모델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협동조합 생태계 구축이 급선무라 보고 2015년 협동조합 간 협동을 실현하기 위한 ‘행복중심생협’과 MOU를 체결하는데 이어 (직원)협동조합 간 연대를 위한 ‘대안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의 설립을 주도해 초대 회장사를 역임했다.

또한 전세계 협동조합의 대표 모델인 스페인의 ‘몬드라곤 대학’과도 MOU를 체결하고 ‘해피브릿지연구소’를 설립했다. 현재 ‘해피브릿지연구소’는 몬드라곤대 초빙 교수와 함께 한국적 협동조합 모델을 적용하기 위한 씽크탱크로 운영되고 있다.

해피브릿지는 직원들의 창업을 적극 권장한다. 직원, 즉 조합원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외식 창업을 하면 해피브릿지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한다. 새로운 창업 모델의 성공은 새로운 가맹사업 런칭으로 연결될 수 있다.

매출 증대는 가맹점을 포함한 조합 전체의 소득과 복지로 재투자돼 자발성과 적극적 참여를 유인하는 선순환 고리가 가능하다. 이윤 극대화를 위해 소비자와 가맹점주를 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내부 이해관계자인 직원과 가맹점주들과의 협동, 연대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해피브릿지의 가장 강력한 전략이자 강점이다.

해피브릿지의 김철환 이사장은 “안정적인 창업 지원과 일자리 유지를 위해선 수익의 공정한 분배와 재투자가 필요하다”며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가 많아지면 가맹점주가 예기치 못한 사업난에 닥쳐도 다른 협동조합과 협력해 단기적으로는 공정한 수익분배를 통해 적자를 보전하고,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업종 전환까지 지원하는 등 공동의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절대다수의 주식회사 형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우선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후, 가맹점들과 조합원 자격으로 관계를 재설정하는 순차적 접근으로 부작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중요한 것은 결국 수익의 공정한 분배가 사람에 대한 투자로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피브릿지는 2013년 직원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당시 주주 14인의 자본금을 조합원이 될 직원에게 나눠준 이래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500억을 돌파했으며, 현재 80여명 조합원 전원이 회사의 주인인 조합원 자격으로 1인1표 방식의 직접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김동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