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유통가에서 전통적인 비수기다. 크리스마스 등 연말연시 대목을 노린 유통업체들이 숨을 고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판도가 뒤흔들리고 있다. 중국 광군제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비수기를 돌파하려는 유통업체들의 마케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각 온라인 쇼핑몰업체들까지 한국의 광군제 조성을 노리고 경쟁에 뛰어들고 있어 11월은 이제 한 해의 장사를 좌우하는 주요 시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과 신세계(004170)백화점은 이달 중순부터 겨울 정기세일에 돌입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화점 겨울 정기 세일은 11월 말에 시작해 12월 초·중순을 정점으로 설계됐으나, 이제 그 시기가 11월 내로 정착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 2015년 전체 연간 매출 가운데 11월이 차지하는 비중이 10.3%를 기록, 12월(9.9%)을 앞지른 데 이어 지난해에도 11월(9.6%)이 12월(9.5%)보다 매출이 더 컸다. 롯데백화점은 심지어 올 11월은 노사가 전 점 정기휴무일을 지정하지 않고 매일 영업하기로 합의했다. 이 백화점이 12월이 아닌 달에 정기휴무일을 없앤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백화점도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1월 매출 비중이 9.2~9.4% 수준을 기록, 월 평균치(8.3%)를 크게 웃돌았다.
11월을 집중 공략하는 유통업체는 백화점뿐이 아니다. 현대백화점(069960)그룹은 오는 3일부터 5일까지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5개 전 점포에서 10~30%를 추가 할인하는 대규모 행사, ‘슈퍼 위켄드’를 연다.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 아울렛도 4~5일 여주·파주·시흥·부산에서 600여 개 브랜드가 추가 20%를 할인하는 ‘수퍼 새터데이’ 행사를 진행한다. 이마트(139480)는 2일부터 2주간 가공식품·가전제품 등 겨울 상품 할인행사를 예년보다 두 달 가까이 당겨 실시하기로 했다. ‘겨울 성수기=12월’이라는 공식이 점차 깨지는 셈이다.
11월 마케팅 경쟁은 올 들어 온라인업체들의 적극적 가세로 더 불을 뿜는 분위기다. 이베이코리아는 1일부터 G마켓·옥션 등 자사 운영 오픈마켓 세일전을 처음으로 통합한 대규모 빅딜 프로모션, ‘빅스마일데이’ 행사를 시작했다. 11번가 역시 11월을 ‘11번가의 달’로 삼고 7,000여 개 브랜드 상품을 선보이는 ‘십일절 페스티벌’을 이달 한 달 동안 실시한다. 위메프는 11일을 ‘1111데이’로 정하고 11일부터 시작되는 행사 제품을 모두 무료 배송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