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망한 A씨는 10억원의 재산을 5억원씩 아들과 딸에게 물려줬다. 이 경우 상속세는 2억4,000만원(공제 미적용)에 달한다. 생전에 물려줬더라도 1억8,000만원을 내야 한다.
이는 세금 부과기준이 부모(상속세)냐 자식(증여세)이냐에 따른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세율이 높은 탓이다. 상속세와 증여세의 최대세율은 50%에 달한다. 정부가 올해 세법 개정안을 통해 내년부터 소득세 최고세율을 40%에서 42%로 올리기로 한 것과 비교하면 상속·증여 시에는 최대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물론 각종 공제제도가 있어 실질 부담은 적다. 배우자공제(상속가액과 5억원 중 큰 금액)와 기초공제 2억원 등이 있고 증여세는 배우자공제 6억원, 직계존속공제 5,000만원이 있다.
여기에 구간별로 세율이 달라 실제로 내야 하는 세금은 더 줄어든다. 현재 정부는 1억원 이하까지는 10%의 세율을 매기고 있고 1억원 초과부터 5억원 이하는 1억원을 넘는 금액부터 20%를 적용하고 있다. 같은 식으로 금액별로 세율이 최대 50%(30억원 초과 시)까지 올라간다. 지난 2015년 기준 상속세의 실효세율은 36.1%에 달한다. 2014년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증여세도 상승세다. 지난해 증여세의 실효세율은 31.6%로 전년보다 1.8%포인트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들이 상속·증여세로 내는 금액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12년 4조205억원 수준이었던 상속·증여세 규모는 2015년 5조437억원으로 5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5조3,546억원을 기록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 신고액만 무려 2조3,051억원이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일부 부유층에 상속·증여세 부담이 쏠리는 측면도 강하다. 2015년 기준으로 피상속인 수 32만4,349명 가운데 과세자 수는 6,592명으로 2.03%에 그쳤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 부담 수준은 높은 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4년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 부담 평균은 약 0.12%다. 1위 국가는 벨기에로 0.7%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0.31%로 벨기에와 프랑스(0.47%), 일본(0.38%)에 이은 4위다. 총 조세 대비 비중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순위는 더 높아지는데 1.27%로 벨기에(1.56%)에 이은 2위다. 그만큼 한번 상속·증여세 대상에 들어가게 되면 부담이 커 거꾸로 이를 회피하려는 이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나라별로 과세체계가 달라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면서도 “자체적으로는 OECD 평균보다 다소 높은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최소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가업 상속 시에는 상속·증여세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재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는 ‘부자증세’라는 측면에서 상속·증여세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올해 세법 개정안만 봐도 가업 상속 시 연부연납기간을 최대 15년에서 20년으로 늘려줬지만 기본적으로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더 까다롭게 했다. 당초 가업영위기간 15년 이상이면 300억원, 20년 이상이면 500억원까지였던 공제한도가 20년 이상 시 300억원, 30년 이상 시 500억원으로 조정됐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상속·증여세를 내게 되는 일부 계층에 부담이 몰리다 보니 이를 피하기 위한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