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강연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한국으로 망명한 후 처음 미국을 방문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미국의 대북 전략인 ‘최대의 압박’을 지지하지만 ‘최대의 관여’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내부자가 본 북한’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북한은 변화의 대상이지 파괴의 대상이 아니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이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북 정책이) ‘소프트 파워’에서 ‘하드 파워’로 옮겨가고 있지만 군사적 행위에 앞서 소프트 파워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대의 관여는 김정은 정권뿐 아니라 북한 주민을 포함해야 한다”며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이 더 많은 남한 사회의 정보를 얻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체제는 공포정치와 외부정보 차단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가 공포정치를 바꿀 수는 없지만 외부정보의 유입 확산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동독 주민들이 수십 년 동안 서독 TV 방송을 보지 않았다면 독일 통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은 북한 주민이 남한 방송을 볼 수 있는 선진화된 기술이 있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경제개혁보다 핵·미사일 능력 고양에 매달리게 된 계기로 지난 2009년의 화폐개혁 실패를 꼽았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임명돼 단행한 화폐개혁은 주민의 저항에 부닥쳐 한 달 만에 박남기 노동당 재정부장의 처형으로 막을 내렸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공개적으로 정책 실패를 인정한 것은 화폐개혁이 처음”이라며 “김정은은 주민의 경제적 생존을 위협하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화폐개혁 실패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집착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망명 계기와 관련해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북한의 모순을 알았고 이중적인 삶을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면서 “여기서는 당연하다고 느끼는 자유가 아이들에게 내가 준 최고의 선물이자 최고의 유산”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1일 미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내부자가 바라보는 김정은 정권’을 주제로 공개 증언을 한다. 그의 첫 미국 방문은 에드 로이스(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그는 올해 초 방미하려 했지만 2월 김정남 암살 사건 탓에 미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