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밀어붙이기땐 되레 혼란만 야기…고용 확대로 이어질지도 미지수

[KDI "근로시간 단축 핵심은 시간 아닌 생산성"]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나라로 손꼽힌다. 장시간 근로는 산업재해의 주된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저출산과 가정파탄 등 심각한 사회문제도 일으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한 것도 이런 노동환경을 개선하자는 데서 출발했다. 여기에 ‘일자리 정부’답게 근로시간을 줄인 만큼 고용을 늘리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그러나 1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전날 국회예산정책처가 잇따라 펴낸 근로시간단축 관련 보고서는 한 목소리로 “근로 시간만 줄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0215A08 주 40시간 도입 후 노동생산성 증가율





KDI는 근로시간 단축의 가장 중요한 전제로 ‘생산성 유지’를 꼽았다. 앞서 주5일 근무가 도입됐을 때도 노동생산성이 1.5% 올랐듯 일하는 시간이 줄어도 생산성이 되레 좋아진 경험은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과거 얘기다. 박윤수·박우람 KDI 연구위원은 “근로시간 단축이 무조건 생산을 늘리지는 않는다”며 “노사가 어떻게 비효율을 줄일지 노력하는 등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DI는 특히 임금체계 개편이 함께 이뤄질 때 근로시간 단축 정책의 효과도 극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저 투입 시간만 따지는 연공서열 위주에서 실제 산출에 따라 임금을 달리 주는 성과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 이로써 짧은 시간이라도 효율적으로 일할 때 유리한 시스템을 짜야만 자연스럽게 생산성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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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이 당장 고용을 늘릴지도 미지수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달 31일 펴낸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 임금 및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주당 근로시간이 단축됐을 때 단기적인 고용증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황종률 예정처 경제분석관은 “단기적으로 고용이 시차를 두고 소폭 증가하지만 전체적인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주당 근로시간이 1%포인트 하락하면 반년 내 임금이 1.07%포인트 상승해 근로시간 단축 시행 초기 기업들의 부담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고용을 늘릴 섬세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KDI 역시 같은 맥락에서 근로시간 단축 시 정규근로시간 임금을 높이고 연장근로 임금은 낮출 것을 주장했다. 연장근로 임금 수준이 높으면 근로자도 더 벌기 위해 일하려 들고 사업주는 비용절감을 위해 신규 고용 대신 정규임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악순환은 비효율적인 장시간 근로만 부추긴다. 최근 근로시간 단축 논의 과정에서 휴일 근무 시 연장근로 할증에 휴일 할증 각각 50%를 더한 100%를 더 지급할 것을 주장하는 노동계가 곱씹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세종=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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