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언제쯤 괜찮아질지 모르겠어요. 처음 본 사람이랑 말 하는 걸 잘 못 한다. 그래서 화기애애한 인터뷰를 못한다. 다른 분들이 인터뷰 한 걸 보지는 못했는데, 마동석 선배 인터뷰 현장은 저랑은 다르다고 하더라. 웃음 소리도 많이 들리고. 어제는 2층에서 인터뷰하던 동석 선배 의자가 박살이 났다고 하더라. 아래층에서 ‘와장창창’ 소리가 들려서 난 쟁반이 엎어진 줄 알았다. 그런데 의자가 부러졌다고 하더라. 힘이 좋으신 분이다. ”
잠시 흥이 올라오는 가 싶더니 곧 원래 수줍은 톤으로 돌아온 이동휘는 11월 2일 개봉하는 영화 ‘부라더’(감독 장유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동휘 마동석이 형제 호흡을 맞춘 영화 ‘부라더’는 뼈대 있는 가문의 진상 형제가 멘탈까지 묘(?)한 여인 오로라를 만나 100년간 봉인된 비밀을 밝히는 초특급 코미디 영화다. 2008년 초연을 시작해 세대를 아우르는 웃음을 선사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영화화 한 작품으로, 원작 뮤지컬과 영화 ‘김종욱 찾기’를 통해 재기발랄한 연출력을 선보인 장유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달라도 너무 다른 외모와 성격을 지닌 마동석과 형제로 나온다는 설정은 관객들 뿐 아니라 배우 스스로를 놀라게 했다고 한다.
“저와 마동석 선배가 형제라는 게 말도 안 된다고 느껴졌다. 실제로 너무 안 닮았으니까요. 보시기에 믿기 힘든 지점이 있죠. 그러다 저희 형제의 아역 역할을 배우들을 봤는데 진짜 안 닮았더라. ‘친형제라도 안 닮을 수 있겠구나’란 걸 눈으로 보고 나니까 인정하게 되더라.”
동룡이와 다른 듯 닮은 이동휘의 매력은 위트에 있었다. 실제로 그는 영화 속에서 안동 1대 미남으로 등장한다. 그것도 동네 사람들 모두가 인정하는 얼짱이다. 원작 뮤지컬에서 지창욱씨가 맡았던 주봉 역할을 맡은 것에 이어, 영화 속에선 지창욱을 아버지로 둔 아들로 출연한다는 사실을 놓고 ‘미스터리를 풀어야 할 미스터리이다’는 반응을 내 놓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창욱씨 이하늬 누나 사이에서 저를 동생으로 둔 마동석 선배 역시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경험하고 있지 않을까요.“
‘부라더’에서 건설회사에 다니는 명석한 주봉 역을 맡은 그는 뛰어난 업무 능력으로 회사에서 인정 받지만 늘 낙하산 인사에 밀리는 약골 동생으로 나온다. 특히, 코미디 영화라고 들었는데, 막상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주봉이 자체는 웃음이 많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렇기에 ‘어떻게 하면 주봉이의 절실한 마음을 보여줄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고.
형제의 케미스트리는 마치 ‘톰과 제리’처럼 다가왔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동생 이동휘가 톰이고 형 마동석이 제리다. 동생 주봉이 형 석봉 때문에 골탕을 먹으니 말이다. 석봉이 일을 벌이고 주봉은 휘둘려 다니다가 정신없이 무너지고 망가지게 된다. 그는 심각하지만 보는 사람에게는 재미가 될 수 있는 것. 그렇게 코미디의 포인트를 잡았다.
“인물의 콤플렉스에 주목을 하고 싶었다. 주봉이 왜 이렇게 형을 미워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극대화 시켰다. 주위에 많이 보면 둘째들이 가지는 콤플렉스가 있지 않나. 자신보다 더 많은 걸 가져간 형을 보며, 야생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핍을 느끼지 않았을까. 정말 절실하고 안절부절 하던 사람이 다른 빈틈 때문에 망가지고 하는 모습이 기존의 영화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안 닮은 형제 마동석과 이동휘는 그렇게 관객들을 웃게 만들었다. 특히 엄청난 두께와 부피의 팔을 다리로 알고 하는 애드리브부터 남다른 근육 덕에 누워도 바닥에 머리가 닿지 않는 마동석의 실제 상황을 언급한 장면은 모두를 무장 해제시킨다.
”완전히 애드리브라고 할 순 없다. 많은 분들이 이야기해주시는 그 장면들은 애드리브라기보다 실제 현장에서 제가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말한 것들이거든요. 또 프리프로덕션 기간에 감독님과 머리를 맞대고 엄청나게 이야기를 많이 했고 그런 것들이 반영 된 게 많아요. 호흡이나 타이밍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져야 재미있는 게 코미디잖아요. “
수줍은 듯 말하지만 허를 찌르며 할 말은 다 하는 이동휘와의 인터뷰는 묘한 마력이 있었다. 이동휘는 서울예대 1학년 재학 중에 경험한 행복‘을 잊을 수 없어 ’연기자‘의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때 받은 탄력을 자양분 삼아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 중이다.
“대학교 1학년 때 학생 공연을 부모님께 보여드린 적이 있다. 그 때 얼굴을 잊을 수 없다. 학생 공연이다보니까 여러 가지 조명이나 무대 역시 열악하고 그러는데, 객석에 앉아계신 부모님이 저를 흐뭇하게 보시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 모습을 보고 이 배우 일로 부모님께 행복을 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졸업후에 일이 없으니까 마냥 좋아하지만은 않으셨다. 그렇게 성공과 실패를 반복을 하면서 성장을 하는거라 생각한다.“
성악 레슨을 받으며 뮤지컬 배우에 대한 꿈도 열심히 키우고 있는 그다. 그럼에도 “아직은 자신이 없어서 내려놓게 된다“고 겸손한 마음을 내비쳤다.
“유명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캣츠’ 라이언킹‘ ’위키드‘를 보면 너무 행복했다. 배우들의 유연함과 대단한 성량을 보면서 참 많이 매력을 느끼게 돼요. 그 배우들이 대단해보이는 건 말할 것도 없죠. 장유정 감독님이 연출하는 뮤지컬 작품에 출연이요? 감독님이 회의적이지 않을까요.”
첫 상업 영화 주연작인 ‘부라더’ 개봉을 앞두고 그는 설렘과 초조함이 교차하는 듯 했다. 무엇보다 ‘숲을 볼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고마운 작품이다.
“이 경험을 토대로 나무만 보지 않고 숲을 볼 수 있는 배우가 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역할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전체를 볼 수 있는 시각을 기르게 된 작품이라 남다른 의미가 있다. 좀 더 주변을 둘러보면서 책임감도 많이 생겼다. 그런 성장이 있어 더욱 고마운 영화이다.”
이동휘는 고민을 멈추지 않는 배우이다.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노력해야 연기가 발전 할 수 있다는 주의다. 연기 뿐 아니라 인생 역시 그래서 쉽지 않다. 그렇다고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는 ‘이 지점까지 왔으니 괜찮아. 안심을 하는 순간 발전은 없다’고 말했다.
“어떤 일이든지 자신의 단점을 발견해야 발전 할 수 있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으니까. 그게 연기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모든 삶에서 경험하는 것들이 비슷한 게 아닌가. 그래서 인생이 어려운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동휘는 “영화를 보시고 부모님께 1분이라도 전화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고, ‘진짜 형제 같네’란 반응이 나오면 최고로 기분 좋은 칭찬이 될 것 같다”고 소망했다.
“원작 제목이 ‘형제는 용감했다’ 이다. 거기에 대입해 말한다면 ‘형제는 안 닮아도 형제다’ 실제로 저희가 너무 안 닮았기 때문에 ‘전혀 안 닮았네’ 하면서 보신다고 하더라. 그런데 영화를 다 보시고 나면 ‘형제 같다’고 해주시더라. 그것만큼 기분 좋은 평은 없을 것 같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