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사진)는 클래식계에서 ‘콩쿠르 사냥꾼’으로 통한다. 2010년 이후 7년 동안 세계 최고 권위의 콩쿠르에만 13번 도전을 했고 그 중 11번을 상위권 입상에 성공했다. 가장 최근 참가한 대회는 지난해 10월 폴란드에서 개최된 ‘비에니아프스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이 대회에서 김봄소리는 아깝게 2위에 그쳤지만 당시 그의 놀라운 재능에 탄복한 현지 평론가는 우승자가 아닌 김봄소리를 폴란드 바르샤바 필 하모닉에 협연자로 추천했다. 일면식도 없던 평론가가 놓아준 다리를 계기로 김봄소리는 바르샤바 필 하모닉을 ‘레코딩 파트너’로 삼고 생각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데뷔 앨범을 내놓게 됐다.
김봄소리는 2일 서울 중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데뷔앨범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빨리 생애 첫 음반이 나올 줄 미처 몰랐다”며 “첫 번째 앨범을 폴란드의 너무나 훌륭한 오케스트라·작곡가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콩쿠르 사냥꾼’답게 지난 7년 간 축적된 콩쿠르 경험이 자신을 성장하게 만든 음악적 자양분이었다고 고백했다.
“콩쿠르를 오랜 기간 꾸준히 한 이유는 저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였죠.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 캐나다 등 정말 다양한 나라를 돌아다녔죠. 그 경험들 덕분에 지금은 감사하게도 2~3년 후까지 연주 스케줄이 잡혀 있는 상황입니다. 여러 콩쿠르를 통해 집중력 있는 훈련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많은 연주 기회가 주어져도 감당할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김봄소리는 워너클래식을 통해 발매한 이번 앨범에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을 담았다. 그는 첫 앨범의 레퍼토리 구성은 자신의 이름 때문에 굳어진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시도였다는 뒷얘기를 들려줬다.
김봄소리는 “외국인들에게 제 이름을 ‘사운드 오프 스프링(sound of spring)’이라고 말하면 다들 너무 좋아해주시니 감사한 마음이 우선 들지만 그 틀에 갇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걱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일종의 ‘반전 매력’을 내고 싶어 남성적이고 무거운 이미지가 강한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연주한 면도 있다”며 “나의 소리를 어떻게 다양한 ‘팔레트’에 담아낼 것인지 고민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바르샤바 필과 협연한 김봄소리는 내년 6월부터 폴란드가 낳은 세계적 피아니스트인 라파우 블레하츠와 함께 독일·스페인·폴란드 등을 순회하는 ‘듀오 리사이틀’을 확정했다.
김봄소리는 “블레하츠가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 중계를 통해 제 연주를 들은 뒤 직접 이메일로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해왔다”며 “사실 처음에는 ‘스팸 메일’인 줄 알았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실제로 확인했더니 그분이 맞아서 정말 얼떨떨했다. 오랫동안 팬으로 좋아했던 분인데 그야말로 ‘심쿵’했다”며 “긴장도 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모여야 하는 오케스트라 협연과 달리 리사이틀은 좀더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김봄소리는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한국에 너무나 뛰어난 작곡가들이 많다. 마치 ‘귀신’처럼 훌륭한 일들을 해내고 있다”며 “윤이상 선생님을 비롯해 현재 활동하는 수많은 한국 작곡가들을 서양에 알리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