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20일 주총에서 KB노협이 제안한 안건 2개를 표결에 부친다.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건과 이사회 내 모든 위원회에서 대표이사를 배제하고 지배구조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주요 3개 위원회의 위원장을 이사회의장인 사외이사로 규정하는 정관 변경 건이다.
앞서 KB노협은 최근 5년 이내 청와대, 행정·사법·입법부, 정당 등에서 1년 이상 일한 자를 3년간 상임이사 후보에서 제외하는 안건도 제안했으나 이는 지배구조위원회 규정과 관련된 것으로 이사회에서 다룰 이슈여서 주총에는 상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안건 모두 현실적으로 주총 통과가 녹록지는 않다.
정관 변경은 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 이상 조건을 충족해야 하고 사외이사는 출석 주주 의결권 과반수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1 이상을 넘겨야 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 사안 모두 (통과에 필요한) 주주들의 동의를 모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회사 경영의 핵심인 이사회에 들어가는 것은 국내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워 대다수 주주가 낯설어 하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계 지분이 68%여서 이들의 설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또 KB금융은 현재 ‘사외이사 예비후보 주주제안 제도’라는 사외이사 풀을 운영하고 이 가운데서 절차를 거쳐 선임하는 경쟁구조인데 이를 통하지 않고 노조 추천이라는 이유만으로 주총에서 선임이 된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사외이사 중에는 이병남·박재하·김유니스경희 이사 3명이 이 제도를 통해 선임됐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주주제안으로 바로 주총에 올라온 것은 사외이사 간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미 사외이사 중 법률 전문가가 있어 하 변호사의 전문성도 쓰임이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윤종규 회장을 모든 위원회에서 배제하자는 노조의 일방적인 제안도 주주들이 납득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윤 회장은 상시지배구조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속해 있는데 여기서 배제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정하거나 사외이사를 추천하지 못하면 경영권이 상당히 침해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열사 CEO가 지주 회장의 의지와 별개로 선임된다면 일사불란한 경영지휘가 가능하겠느냐”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