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공공부문 20만명 정규직 전환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민간 비정규직·취준생도 잠재적 수혜자

공공 부문 비정규직 20만여명을 3년 안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정부방침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정부는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공공 부문 비정규직 31만6,000여명의 65%에 달하는 20만5,000여명을 오는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기간별로는 올해 말까지 7만4,000명을 시작으로 기간제는 내년 초까지, 파견·용역은 2020년 초까지 단계적으로 전환을 완료하기로 했다. 정규직 전환 찬성 측은 정부가 비정규직 차별과 남용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전환계획이 진전된 노동정책이며 재정 투입, 민간 부문 역차별 등 전환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 만큼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에 급격히 전환할 경우 공공 부문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규채용 축소, 공기업 경영악화, 국가부채 가중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차별과 남용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날로 심각해지는 사회 양극화를 바로잡을 수 없다고 진단하고 공공 부문 정규직 전환계획을 발표했다. 빠른 시일 내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가장 먼저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착수한 것이다.

비정규직이 남용되고 차별받는 현실이 왜 문제인지를 이해 못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일을 못해 가난한데,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우리 사회의 노동빈곤 문제는 불평등을 초래하는 핵심 요인이다. 고용이 안정되지 못하고 저임금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신분적 차별까지 감내해야 하는 비정규직이 만연한 사회가 치러야 할 대가다. 기업은 인건비를 절감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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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노무현 정부 이래 모든 정부가 해왔던 일이다. 그런데 왜 새삼 더 큰 논란이 되는 걸까.

첫째 이유는 과거보다 진일보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현재 비정규직 활용구조에 파열음을 낼 수준을 염두에 두고 추진되고 있기에 이 모델이 확산하는 것을 마땅찮게 보는 시각이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공공 부문 정규직 전환방안은 실시됐다. 문제는 비정규직 규모를 직접고용으로 좁게 파악하고 그 중 극히 일부를 어중간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외주화를 통해 더 심각한 간접고용 증대를 방치했다. 세계 1등 공항이라는 인천공항공사 인원의 약 90%가 외주 협력업체 소속인 것이 그 생생한 예다. 현 정부의 대책은 간접고용까지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하고 있으며 무기계약직 전환이라는 한계를 온전히 뛰어넘지는 못해도 차별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정도도 민간기업은 따라가지 못할 모델로 여겨서 반대한다면 비정규직이 초래하는 사회적 대가에 지나치게 둔감한 인식 수준이다.



또 다른 논란의 불씨는 왜 공공 부문에서 시작하느냐 하는 점이다. 정권은 유한하기에 국정과제는 지금 시작해야 결실을 거둘 수 있다. 공공 부문 일자리에 주목하는 것은 민간 부문에서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의 80%가 단시간·파견용역 등 비정규직 일자리였기 때문이다. 일자리 질곡이 심각하기에 당장 좋은 일자리를 만들거나 전환하는 일은 정부가 주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용복지 서비스 확충이 계속 필요하기에 더 많은 일자리의 수요가 공공 부문에 열려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기까지 동의하더라도 재정 투입 문제로 고개를 젓는 경우도 많다. 결국 세금으로 충당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간접고용의 직접고용 전환에는 중간 용역업체가 가져가는 이윤과 중간관리비, 그리고 교묘한 임금착취분까지 불필요한 지출을 절감 가능해 추가 재원은 최소화된다. 인천공항을 예로 들면 비정규직의 2.5배에 이르는 정규직 임금의 중간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여력이 있다. 무기계약직 전환의 경우 처우개선을 위해 1인당 100만원가량의 추가비용이 든다고 가정하면 7만명 전환하는 데 700억원이고 차별개선까지 더해서 두 배인 1,500억원, 아니 1조원까지 든다고 치자. 좋은 일 하는데 돈 없이 되는 일은 없다. 이게 엄청난 금액이라고 한다면 정말 허투루 낭비되는 세금의 예를 각종 권력형 비리나 무분별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서 낭비되는 금액과 비교해보자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노동빈곤 해소를 통한 소비 진작, 세수 증대 등 차별개선의 순효과를 염두에 둔다면 정규직 전환이 우선순위라는 데 반대할 이유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민간 부문의 비정규직이나 신규채용 희망자들이 역차별 받는다고 비판한다면 그들도 잠재적 수혜자라는 점을 고려하기를 권하고 싶다. 무엇보다 공공 부문의 비정규직은 상시·지속적으로 자신의 업무를 수행했던 사람들이 거의 전부다. 불필요한 여분의 일을 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의 일자리와 업무는 존중받아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것을 되돌리는 일에 잠재적 피해자 운운은 과장이다. 신규채용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경우는 전환대상에서 제외됐다. 미래 세대도 비정규직을 전전하게 될 우려를 줄이는 일에 착수한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 공공 부문 모델의 민간기업 확산에 더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이번 대책은 진전이다. 방치된 간접고용과 차별이 지속되는 무기계약직 전환이라는 두 가지 암초를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 온전한 정규직 전환이나 차별 해소까지 바로 나아가지 않고 단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정규직과 격차가 크고 심각해 이를 한꺼번에 메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고려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만큼 획기적이지는 못한 것이다. 전처럼 어중간한 해결책으로 끝나고 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도 커지고 있기도 하다. 간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이도 저도 아닌 자회사 모델을 중심으로 삼거나 차별개선의 수위를 재원과 비용에 대한 논란 때문에 상징적 수준으로 그치려고 하는 양상으로 주춤거리는 형국이다. 정확하지 않은 논리로 내쏟는 반대는 이번 대책을 과거와 실패한 모형과 뒤섞이게 하고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을 그대로 온존하는 데 기여할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이 더 담대하게 앞으로 나아가도록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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