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일 “기업들의 자발적 개혁 의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 있다”며 5대 그룹에 더욱 분발해줄 것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진행된 5대 그룹 전문경영인들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일각에서 기업들의 소극적인 자세로 인해 새 정부의 개혁작업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6월 4대 그룹 간담회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이번 간담회에는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각규 롯데 사장,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들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작업이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하며 5대 그룹에 과제 꾸러미를 안겼다. 우선 공익재단을 활용해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실태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의결권 제한 등의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공익재단 중 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상당 수준 가지고 있는 재단들이 타깃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꿈장학재단·롯데장학재단 등이 대표적이다.
또 지주회사의 수익구조를 문제 삼으며 공정위가 나서기 전에 선제적으로 조치해줄 것을 당부했다. 공정위는 공익재단 조사를 마무리하는 내년 초 지주회사의 수익구조에 대한 실태조사도 실시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또 “내년 초쯤 다시 만나자”며 세 번째 만남을 예고하기도 했다.
재계 측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은 “(5대 그룹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지배구조 개선과 상생협력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그룹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강광우·신희철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