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가요

[SE★기획:아이돌리얼리티①] 선택이 아닌 필수, 아이돌 리얼리티의 변화

“이런 그룹이 있었어?”라고 가요 관계자들조차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국내 가요계에 존재하는 아이돌 그룹은 그 수를 헤아리기 쉽지 않다. 시장 자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포화상태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터질지 모를 ‘잭팟’을 기대하며 끊임없이 신인 아이돌이 제작되고 있는 실정이다.

(위쪽부터) ‘워너원GO’, ‘잘봐줘 JBJ’/사진=Mnet(위쪽부터) ‘워너원GO’, ‘잘봐줘 JBJ’/사진=Mnet


이러한 시장적 환경은 자연스레 방송 프로그램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됐다.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부터 KBS 2TV ‘더 유닛’, JTBC ‘믹스나인’까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가요계의 시장 불균형에서 일어난 문제들과 이를 향한 관심으로 인해 파생된 결과물이다.


실제로 음악 방송의 수는 제한적인데 반해, 가수들의 수는 너무 많아서 앨범을 발표하고도 음악 방송 한 번 출연해보지 못하고 활동을 접는 팀들도 부지기수다. 결국 이러한 경쟁구도에서 유일한 홍보 채널이었던 음악 방송을 대신할 수 있는 창구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 흐름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현재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대체로 두 가지의 갈래로 나뉜다. 케이블을 중심으로 방송사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동영상 사이트와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방송되는 ‘자체제작 리얼리티’가 바로 그것.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시초 격이라 할 수 있는 2000년에 방송된 MBC ‘목표달성 토요일-GOD의 육아일기’부터 Mnet ‘빅뱅TV’, 2PM의 ‘와일드 바니’, ‘뜨거운 순간 엑소’, JTBC ‘신화방송’, 온 스타일 ‘채널소시’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만큼 각 방송사를 통해 수많은 아이돌이 자신들의 일상이나 무대 밖에서의 솔직한 모습을 공개했다. 최근에도 Mnet ‘워너원GO’, ‘잘봐줘 JBJ’ 등이 높은 화제성을 자랑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시달리는 소재 고갈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적은 제작비가 든다는 점에서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가격대비 고효율. 여기에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아이돌의 인지도에 기댈 수 있는 것도 한 몫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이미 궤도에 오른 인기 그룹이나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에게 주로 기회가 주어지는 게 현실이다. 결국 ‘부익부 빈익빈’의 패턴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것.


한 가요관계자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시청률을 무시할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인기 아이돌이나 화제성이 있는 아이돌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려 한다. 자연스럽게 중소기획사 출신보다는 대형기획사 소속 아이돌 위주가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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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빅스티비’/사진=‘빅스티비’


이러한 역차별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자체제작 리얼리티’다.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 이외에도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많이 늘어난 만큼, 이를 통해 지속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며 팬덤을 구축해 나가려는 목적이다.

초기에는 뮤직비디오 메이킹 영상이나 재킷 촬영 현장 등 단순한 콘텐츠가 자체제작 리얼리티의 흐름을 주도했다면, 스마트폰으로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비중이 늘어나고 플랫폼을 통한 노출이 쉬워지면서 짧은 동영상 같은 스낵 컬처부터 예능프로그램의 형식을 빌리는 프로그램까지 형태가 다양해졌다.

대표적인 아이돌 자체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는 ‘빅스티비’가 있다. 2012년 6월 시즌 1을 시작해 2014년 5월까지 100회를 방송한 ‘빅스티비’는 일회성 이슈몰이가 아닌 지속적인 콘텐츠로 아이돌 자체제작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원조 격으로 불리고 있다. 빅스 멤버들의 소식을 전하는 것은 물론 무대 위부터 일상에서의 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을 그리며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후 방송된 ‘빅스티비2’에서도 라비가 직접 작사, 작곡한 ‘빅스티비2’의 로고송 녹음 장면이 그려지며 작업에 임하는 라비의 프로다운 모습, 녹음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그대로 전달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비투비는 ‘더 비트’라는 자체 제작 리얼리티는 꾸준히 선보였다. ‘비글돌’이라는 수식어를 얻을 만큼 멤버들의 예능감을 입증한 방송이기도 했지만, 특히 프로그램 내 코너였던 ‘너의 멜로디가 되어줄게’로 비투비의 음악적 실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이 코너는 이후 소극장 콘서트로까지 이어지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마마무는 데뷔 초부터 ‘마마무TV’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선보였다. Mnet ‘언프리티 랩스타1’ 패러디 영상으로 화제를 모은데 이어, 솔라가 패러디 영상에서 보여준 제시 성대모사까지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와 함께 AOA, 러블리즈, 에이핑크 등 다른 걸그룹들의 안무를 커버하기도 했다.

자체 제작 리얼리티를 제작해 본 경험이 있는 한 소속사 관계자는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만큼,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만드는 팀들이 많아졌다. 플랫폼들이 늘어나고 콘텐츠 자체가 확대 생산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만큼 회사 차원에서 심도 있는 고민들을 이어나가고 있다. 보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이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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