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법원장은 3일 비서실장을 통해 법원 내부 전산망에 게시한 글에서 “사법부 현안으로 제기된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논란에 대해 그 의혹을 해소하고 법원 구성원 사이에 발생한 갈등과 혼란을 없애기 위해 추가 조사를 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 후 한 달간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원진, 진상조사위원회 위원, 서초동 법원 청사 내 각 직급별 법관, 법원행정처 소속 법관들의 의견을 들었고 대법관들의 의견까지 들은 다음 결정을 내렸다”면서 “추가 조사의 주체·대상·방법·절차 등 구체적인 사항에 관해서는 현재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은 올해 법원행정처가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이자 진보 성향 판사들이 대거 참여한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를 견제했다는 의혹과 함께 불거졌다.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로 꾸려진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4월 법원행정처 간부들의 사법행정권 남용은 일부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블랙리스트는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일선 판사들은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열어 추가 조사를 요구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거부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문제는 김 대법원장 취임 전부터 상당수 법관들의 반발을 초래했다. 사법부 내 보혁 세력 간 갈등에 불을 지필 것이라는 염려에서다. 또 블랙리스트가 실제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나면 거꾸로 김 대법원장의 사법부 개혁 드라이브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고법 판사는 “법관 인사제도 개선 등 중요한 사법행정 개혁은 진보·보수 법관들을 모두 아우르면서 원만히 풀어가야 할 과제”라며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는 법관들의 격렬한 반대를 초래해 김 대법원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발 때문에 김 대법원장이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전권을 일선 법관들에게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앞서 전국법관대표회의 산하 현안조사소위원회는 김 대법원장에게 추가 조사 권한의 ‘백지위임’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