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균형외교가 가져올 한미정책 엇박자를 경계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외교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싱가포르 채널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일 공조가 군사동맹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돈독하게 하는 균형 있는 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과 맞물려 양국 간 현안 조율이 시급한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잖아도 미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밝힌 3불(不) 원칙에 대해 언짢아하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나는 한국이 그 세 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측이 이 문제를 얼마나 불편해하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나서서 아예 대못을 박아버렸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세 가지 원칙이 확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맥매스터 보좌관의 말이 나온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균형외교 방침을 천명했다. 통상 대통령의 발언은 한 국가 정책의 최종적인 결정을 의미한다. 우리가 트럼프를 비롯한 주변 국가 정상의 발언을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양국 사이에는 풀어야 할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당장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시켜야 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런 때에 미국을 자극하는 언급을 했으니 7일로 예정된 양국 정상회담에서 엇박자가 나오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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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국가를 운영해나가는 데 있어서는 경제도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국가 안보다. 경제가 먹고사는 것과 관련된 문제라면 안보는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북핵 사태에서 보듯이 안보는 미국과의 공조 강화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런 면에서 문 대통령의 균형외교 언급은 시기나 내용 모두에서 부적절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하루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에 어떻게 대비하는 것이 우리 국민의 생명을 더 확실히 지키는 길인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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