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단의 ‘거두’인 시인 고은(84·사진)은 우리 문학이 세계 시장의 흐름을 당당히 주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며 후배 문인들도 함께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끊임없이 세계 문학계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십수 년간 노벨 문학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시인이 지속적인 도전과 혁신만이 한국문학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인이 올해 들어 국내 일간지와 인터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3일 오후 광주 서구의 홀리데이인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으로 만나 “한국문학 앞에는 아직도 닫혀 있는 문이 많고 세계로 나아가 열어야 할 문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후배 작가들 대부분은 자기 문학에는 충실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당당하게 다른 나라의 작품들과 겨뤄본 경험이 없다”며 “나는 벌써 해외에 알려진 게 20년이 넘었지만 나 하나로는 안 된다”고 독려했다. 노벨 문학상과 관련한 질문에 직접적인 대답은 피하면서도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주도해온 사람으로서 후배 작가들이 나침반으로 삼을 만한 좌표를 제시한 셈이다.
/광주=나윤석기자=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