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8조 자금공급 여력 한투證 "곧 1조 푼다"

[초대형IB 시험대 오른 한투증권]

금융위 13일 인가여부 최종 확정

신용공여 한도 확대 움직임 탄력

증권가는 추가 진출 디딤돌 기대

은행권 "은행법 미적용" 반발 여전

'외풍' 거세 조기안착 만만찮을듯

0615A23 초대형 IB 신청사 대주주적격성 쟁점




한국투자증권이 ‘제1호 초대형 투자은행(IB)’까지 가는 길의 8부 능선을 유일하게 넘어섰다. 해당 증권사 입장에서는 당장 새로운 시장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외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증권업계서는 한투증권의 행보가 차후 초대형 IB 제도 유지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도 나온다. 한투증권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미다.


5일 증권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3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인가 여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지난 1일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신청 5개 증권사 모두를 초대형 IB로 지정했지만 발행어음 인가 관련해 한투증권만 ‘문제 없음’으로 판단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한투증권이 인가를 받을 것”이라며 “다른 신청 증권사들에 대한 심사도 충분히 논의해서 신속히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본지 2일자 1,23면 참조

한국투자증권은 당국의 인가를 받는 날부터 자기자본의 100%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발행어음 업무는 증권사의 확실한 수익원이 될 것”이라며 “2020년까지 2,000억원의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6월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4조3,450억원이다. 향후 8조 원 이상의 자금을 추가로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업 금융 시장에서 1조원 규모까지는 한국투자증권이 시장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한투증권은 초대형 IB의 선두주자로 나서며 이제 증권업계뿐 아니라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과 당국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됐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한투증권이 빨리 안착해야 하는 만큼 기업신용공여 한도를 현 100%에서 200%까지 늘리는 등 법제 정비를 위해 국회와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2일) 범부처로 발표된 혁신벤처 생태계 조성방안에도 초대형 IB의 역할이 언급된 것을 고려하면 제도가 정상 궤도를 찾아가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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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한 증권사들 입장에서도 한투증권의 성공이 중요하다. 시장 선점에 속이 쓰리긴 하지만 한투증권의 성공 여부에 따라 초대형IB가 시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IB부문장은 “한투가 모험자본시장에 효율적으로 자본을 공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여타 증권사들의 단기금융업 진출의 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투증권을 모두 응원하는 것은 아니자. 여전히 은행은 초대형 IB 출범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은행권은 증권사의 기업신용공여 한도 확대를 비롯해 공여 대상 기업을 중소기업으로 한정하는 것 자체도 반대하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기업 여신을 하면서 은행법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초대형 IB의 기업신용공여 범위를 신생·혁신기업 등으로 명확히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건전성 기준을 강화해 초대형 IB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밝혔다.

이에 맞서는 한국투자증권도 “경쟁상대는 다른 증권사가 아니라 은행”이라고 밝힌 바 있어, 두 업권이 계속 ‘강대 강’으로 맞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여기다 지금은 국회에서 신청 증권사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라고 금융당국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신청 증권사들은 각각 기관경고와 영업정지, 대주주 적격성 관련 문제가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은 것이 없어 차후 심사 과정에서 진통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의 관계자는 “(한투증권 인가가) 순차적으로 인가를 해주겠다는 뜻인지, 아니면 구색만 맞추는 것인지 헷갈리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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