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는 인간의 언어를 모른다. 하지만 탁월한 사회 인지 기술을 갖고 있다. 이 기술이 말귀를 알아듣는 능력의 원천이다. 물론 강아지마다 능력의 정도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미국 루이지애나대학의 심리학자 다니엘 포비넬리 박사 연구팀은 사람으로부터 어떤 단서를 읽어내는 강아지의 능력을 측정한 바 있다. 그는 두 개의 양동이를 준비하고 그중 하나에 맛있는 음식을 넣은 다음, 다른 냄새를 풍겨서 음식 냄새를 감췄다. 그리고 강아지를 데려와 어느 곳에 음식이 숨겨져 있는지 맞추도록 했다.
이때 연구자는 손가락으로 음식이 들어있는 양동이를 계속 가리켰다. 그러자 강아지들은 연구자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기만 해도 어느 쪽에 음식이 있는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포비넬리 박사는 똑똑하기로 소문난 침팬지로도 동일한 실험을 실시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침팬지는 강아지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양동이를 찾아내지 못했다. 강아지와 같은 갯과 동물인 늑대는 어땠을까. 늑대는 오히려 침팬지보다도 사람이 주는 단서를 늦게 간파했다.
포비넬리 박사는 이 결과를 놓고 “강아지와 인간은 매우 오랫동안 함께 살아오면서 공동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인간의 동작을 해석하는 능력이 발달한 증거”라고 해석한다. 또한 사람들이 말귀가 빠른 강아지를 선호하면서 그런 개체 중심의 선택 교배를 하는 것도 유달리 인간 행동을 잘 인지하는 품종을 만들어냈다. 이와 관련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심리학 교수이자 ‘개의 지능(The Intelligence of Dogs)’의 저자인 스탠리 코렌 박사는 애견 훈련 교관 1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어떤 견종이 가장 주의력이 높은지 확인했다. 거의 모든 교관은 ‘보더 콜리’를 업무 처리 및 복종 지능이 뛰어난 품종 10위 안에 올렸다. 반면 ‘아프간 하운드’는 교관 중 절반 이상이 최악의 품종으로 꼽았다.
미국 워포드대학에서 강아지를 연구하는 앨리스톤 레이드 심리학과 교수 역시 양치기를 위해 교배된 보더 콜리가 지능과 집중력, 주의력이 우수한 품종이라 설명한다. 그의 동료인 존 필리 박사는 체이서라는 이름의 보더 콜리를 훈련시켜 무려 1,022가지 물체를 식별하고 찾아오도록 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