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심과 김성균은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채비’(감독 조영준) 인터뷰에서 유선 덕분에 영화 출연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당시 고두심과 유선은 SBS ‘우리 갑순이’에서 모녀 역할로 출연하던 상황. 유선은 먼저 고두심에게 영화 시나리오를 건넸다.
“꼭 엄마가 해줘야 된다고 하더라. 자기는 할 거라고. 그리고 한 달 정도가 지났다. 와서 읽어봤냐고 하는데 아직 안 읽은 상태였다. 원래 작품 하나를 할 때는 다른 작품을 잘 안 읽는다. 다른 게 들어와서 흠이 될까봐. 내 나름대로 정해놓은 룰이다. 그래서 안 읽어봤다고 했더니 시나리오 준 게 언제냐고 화를 내더라. 오늘 꼭 가서 읽겠다고 손가락까지 걸었다.”(고두심)
‘채비’에서도 엄마인 고두심에게 할 말 다 하던 유선은 현실에서도 고두심과 모녀나 다름없는 사이었다. 그러면서 고두심에게 ‘미끼’를 던진 것이, 아들 역으로 김성균이 낙점됐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2015년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삼천포 역에 이어 아버지 역까지 소화하는 것을 보고 고두심이 은근히 함께 작품하기를 바라던 배우가 바로 김성균이었다.
“삼천포라는 캐릭터가 너무 재미있었다. 연기를 정말 잘 하더라. 그 후에 아버지로 나왔는데 그건 더 잘하더라. 나이적으로 갭이 크지 않나. 형도 아니고 아버지 역으로 그냥 달려가나 싶었는데 잘 소화했다. 굉장히 좋은 배우다. 내공이 얼마나 쌓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김성균이 아들 역을 한다는 거다. 시나리오에서 그림이 그려졌다.”(고두심)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김성균의 캐스팅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었다. 유선은 고두심과 김성균을 오가며 저쪽에서 이미 출연을 확정지었으니 이쪽에서도 결정하라고 부추긴 것. 김성균은 “누나가 저에게 와서는 고두심 선생님이 어머니 역을 한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확정된 상태가 아니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결과적으로는 유선의 빅픽처가 통했다. 고두심과 김성균은 현장에서 더할 나위 없는 엄마이고 아들이었다. 고두심은 “유선의 힘이 컸다. 그렇게 절묘하게 만나게 됐는데 첫 촬여장에서 호흡이 잘 맞았다. 늘상 같이 생활했던 사람 같아서 정말 좋았다”고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한편 ‘채비’는 30년 내공의 프로 사고뭉치 아들 인규(김성균)를 24시간 케어하는 프로 잔소리꾼 엄마 애순(고두심)이 이별의 순간을 앞두고 홀로 남을 아들을 위해 특별한 체크 리스트를 채워가는 과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다. 오는 9일 개봉.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