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이 여자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한 ‘루키’ 시즌에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것이다. 지난 2006년 세계랭킹 시스템이 도입된 후 ‘신인 세계랭킹 1위’는 LPGA 투어 역대 최초다.
한국 선수가 세계 1위에 오르기는 신지애·박인비·유소연에 이어 박성현이 네 번째다. 박성현의 1위 등극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위상을 다시금 과시한 것이다. ‘남달라’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박성현은 미국 진출 과정도 남달랐다. 그는 지난해 7승을 거두며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그러는 동안 초청을 받아 짬짬이 출전한 LPGA 투어 7개 대회에서 68만2,000달러의 상금을 받으면서 올해 LPGA 투어 전 경기 출전권을 확보했다. 시드가 없는 선수라도 상금랭킹 40위 안에 들면 출전권을 주는데 박성현은 22위에 해당했다. 박성현은 이 같은 방식으로 LPGA 투어에 진출한 최초의 사례를 만들었다.
박성현의 미국 진출은 발군의 경기력 덕분이었지만 KLPGA 투어의 성장이 뒷받침됐다. LPGA 투어는 KLPGA 투어 상금랭킹 상위 선수를 메이저 대회에 초청한다. 한국 선수들의 맹활약으로 KLPGA 투어의 위상이 높아진 덕분이다. KLPGA 투어는 연간 30개 안팎의 대회를 열어 대회 수에서는 미국·일본과 대등한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를 넘어 중국·베트남 등을 오가며 경기를 치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경기력과 규모에도 KLPGA의 소프트웨어 성장은 여전히 외형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이런 면모는 몇몇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달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는 첫날 경기 결과가 이튿날 몽땅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린과 프린지(그린 가장자리)의 구분이 모호한 상황에서 서로 다른 조건에 플레이를 했다며 선수들이 반발하자 내린 결정이었다. 지난해 11월 팬텀클래식 때는 일몰 시간을 넘기자 조명을 켜고 연장전을 강행해 논란을 자초한 협회였다. 1년이 지나 다시 미숙함을 드러낸 셈이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운영 미숙은 정교한 매뉴얼이 없는 것이 근본 원인으로 보인다. 상황별 운영 절차를 매뉴얼로 정해놓고 따르면 혼란과 불만을 줄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KB금융 대회 도중 경기위원장의 사의 표명만이 해답인가에는 의문이 따른다. 실수를 거울삼아 축적하는 데이터야말로 매뉴얼의 핵심 재료이기 때문이다. 콧대 높은 미국골프협회(USGA)는 지난해 US 오픈에서 더스틴 존슨에게 벌타를 주는 과정에 대해 비판이 일자 “우리가 실수했음을 인정한다. 일 처리에 대해 멀리건(먼저 한 샷을 무효로 하고 다시 샷을 하는 것)을 받고 싶다”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마침 시즌이 끝나가고 있다. 오프시즌은 롱런을 원하는 선수들이 다음 시즌을 위해 샷을 점검하고 체력을 강화하는 시기다. 진정한 세계적 투어의 품격을 바라는 KLPGA가 선수, 스폰서, 팬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시스템을 점검하고 운영 능력을 강화하는 고민으로 이번 오프시즌을 보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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