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미일 정상회담] "일본차 미국서 만들라...큰 부탁도 아냐" 칼 빼든 트럼프

"美, 오랜기간 대일 무역적자로 고생" 노골적인 불만표시

"일본과의 무역협상 이미 시작" 양자간 FTA 우회적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오전 일본 도쿄의 주일 미대사관저에서 열린 미일 기업 경영자 간담회에서 한 일본 기업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오전 일본 도쿄의 주일 미대사관저에서 열린 미일 기업 경영자 간담회에서 한 일본 기업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극진한 환대를 받으며 일본에 체류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십년간 일본과의 무역이 공정하지 않았다”며 통상 문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북한을 둘러싼 외교·안보 문제에서 뜻을 같이하며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관계를 과시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문제에서만큼은 한 치의 양보 없는 강경한 태도를 드러냄으로써 이번주 내내 이어지는 한중일 순방에서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통상 압박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북한 문제 해결이 큰 목표지만 더 큰 목표는 공정한 무역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오후 일본 도쿄 모토아카사카의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대일 무역적자를 줄이고 일본과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관계를 구축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방일을 계기로 미일 통상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9시부터 주일 미국대사관저에서 열린 미일 기업 경영자 대상 간담회에서부터 통상 압박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일본과의 무역은 공정하지도, 개방되지도 않았다”면서 양국 간 무역 불균형 문제에 대해 협상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일본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환영한다면서도 “미국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일본에 의한 무역적자로 고생을 해왔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일본과의 무역에 대한 협상은 이미 시작됐다”고 밝혀 사실상 미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의식한 압박도 이어졌다.


미국 차 점유율이 낮은 일본 자동차 시장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자동차 제조사의 차는 미국에서 수백만대가 팔리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미국 자동차 제조사의 차 판매가 저조하다”면서 “자동차 선적 말고 미국에서 직접 만들라. 그리 큰 부탁도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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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688억달러로 3년 만에 독일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특히 자동차 수입 초과가 적자 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대일 적자는 전체의 9.4%에 불과하지만 자동차 부문 적자는 526억달러(전년 대비 37억달러 상승)로 크게 늘어나며 전체 적자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전날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일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애써 담담한 반응을 보이며 외교·안보에서의 의견 일치를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 후 “미일 경제대화를 통해 무역 활성화와 인프라 투자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계속 논의하겠다”고 밝혔으며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도 앞서 오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대일 무역적자에 불만을 표명한 것에 대해 “양국 간 경제 문제는 계속 미일 경제대화에서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통상 문제는 정상 간 협상이 아니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간 경제대화 협의에 맡기려 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 측이 가장 우려했던 미일 FTA 체결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트럼프는 일본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올바른 사고방식이 아니다”라고 재가입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환율 조작 금지 움직임 등을 경계하며 TPP처럼 다자간 논의에 따른 무역협정을 선호하는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이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함께 주도한 TPP에서 발을 빼는 대신 일본과 양자 간 FTA를 추진하고 있다.

실제 5일 트럼프 방일을 계기로 열린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회담에서는 FTA 문제가 거론됐다. 고노 외무상은 회담 뒤 기자들에게 “양국 경제질서에서 다양한 대안이 있다는 얘기 중에 FTA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고 설명하며 “아소 부총리와 펜스 부통령이 주도하는 미일 경제대화에서 FTA에 등에 대한 선택의 방향을 논의하기로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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