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3·4분기에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출은 늘었지만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면서 이익이 줄었다. 4·4분기에는 마케팅비 부담은 줄어들 전망이지만 요금할인율 25% 상향에 따른 수익 감소로 수익성 반등을 꾀하기 힘들 전망이다. 정부 또한 통신요금인하 압박을 지속할 명분이 약해져 난감해 하는 눈치다.
6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3·4분기 연결 기준으로 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 등 이통 3사 합산 영업이익은 9,8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2% 줄었다. 이통사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돈 것은 지난해 4분기 이후 처음이다. 매출액(13조3,289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5% 늘었지만 정작 이익은 줄어 실속은 챙기지 못한 셈이다.
영업이익이 준 것은 마케팅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3분기 별도 기준 이통 3사의 마케팅비는 2조2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3% 늘었다. 지난 9월 25% 요금할인제가 시행되고 ‘갤럭시노트8’과 같은 프리미엄폰 출시를 앞두고 7월과 8월 두 달간 재고 소진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한 것이 마케팅비 증가의 이유로 꼽힌다. 실제 지난 7월 이통 3사와 알뜰폰 사업자의 번호이동 건수는 66만7,187건으로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통 3사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은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활성화에 따른 회선 증가의 영향으로 3만5,137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 줄었다.
회사별로 보면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부진이 눈에 띈다. SK텔레콤은 3분기 영업이익(3,924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 감소했다. KT도 6.1% 감소한 3,773억원을 기록했다.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 비율이 91%에 달하는 LG유플러스는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2,1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3사 중 유일하게 실적이 개선됐다.
영업이익 상승은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선 지난 9월 15일 시행된 25% 요금할인이 4·4분기부터 실적에 본격 반영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5% 요금할인제 도입으로 향후 2년간 이통사들은 총 4,400억원의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택하는 가입자가 크게 늘고 있어 마케팅비는 다소 안정화될 전망이다.
이통사들의 수익 구조가 악화되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도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 상당에 1GB 이상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으로 SK텔레콤은 관련 법안 통과 시 이 같은 요금제를 의무 출시해야 한다. 다만 이 같은 영업이익 감소 추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보편요금제까지 출시될 경우 5G 등 신규산업에 대한 투자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실제 유영상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은 이날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민간의 통신 서비스 요금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통신사 입장에서 수용이 어렵다”며 “정부의 직접 개입을 통한 인위적 요금 인하보다는 시장에서 요금 경쟁을 활성화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며 정부, 국회와 협의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이 공식 석상에서 보편요금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