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가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벤처투자회사를 설립하고 신기술 투자·육성에 나섰다. 유망한 벤처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사업에 학교가 앞장서고 성균관대 동문들이 힘을 보탠 것이다.
6일 금융감독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킹고투자파트너스는 지난달 27일 금융감독원에 여신전문금융업상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로 등록했다. 회사 이름인 ‘킹고’는 성균관대의 상징적 단어다. 교목인 은행나무의 영어 표현인 ‘깅코’(gingko)를 읽기 쉽게 바꾼 것이다. 연세대 ‘아카라카’나 고려대 ‘입실렌티’처럼 학교 응원 구호로 사용된다. 성균관대와 대학 동문들이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 활발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삼성동 도심공항타워 내 사무실에서 열린 개소식에는 정규상 성균관대 총장과 박천석 창업지원단장 등 학교 관계자와 성균관대 동문인 주요 출자자들이 한데 모여 의기투합하기도 했다.
다만 성균관대는 VC 설립에 나서기는 했지만 투자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를 완전히 독립적으로 경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대표는 외부 선임된 정이종 대표이사가 맡는다. 정 대표는 기업은행과 엠벤처투자·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치면서 벤처 업계 투자에 잔뼈가 굵은 전문 투자매니저 출신이다. 지난 8월 킹고 설립과 함께 솔리더스 전무직을 그만두고 합류했다. 웨이브일렉트로닉스 대표이기도 한 박천석 창업지원단장도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킹고에는 성균관대뿐 아니라 성균관대 출신 기업인들도 투자에 나섰다. 화학과 56학번인 류덕회 회장의 경동제약은 성균관대와 함께 19.6%의 지분으로 최대주주다. 생명공학과 59학번이자 성균관대총동창회장을 지낸 이충구 회장의 유닉스전자도 출자에 참여했다. 약학과 65학번 동기동창인 김수지·김운장 명예회장이 설립한 대화제약도 이름을 올렸다. 킹고의 초기 자본금은 102억원이다.
킹고는 앞으로 외부 펀드를 모집해 상장사 및 성장 가능성이 높은 비상장 기업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개소식에서 “어려운 경제 환경을 잘 극복하고 양질의 투자기업을 발굴·투자해 조기에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킹고는 등기상 사업 목적에 △신기술사업자 투자·융자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설립 △투자기업 경영자문업 등을 적시했다.
성균관대의 국내 대학 최초 VC 진출은 어려움을 겪는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한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4차 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 받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벤처기업들을 위한 투자금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이날 자본시장연구원 주최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벤처기업이 조달한 자금 중 대부분은 정책지원금(37%)과 일반금융(23%) 등 보증이나 대출 방식이고 벤처캐피털이나 엔젤투자는 0.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