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유리잔에는 절반의 물이 담겨 있는 것일까. 굳이 자를 대고 재볼 필요는 없다. 과학적 관점에서 이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정확히 말해 누구도 절반의 물을 담을 수는 없다.
물은 표면 장력이 매우 강한 물질이다. 하지만 표면에 있는 물 분자는 불안정하다. 따라서 물과 공기가 맞닿는 경계면의 상태는 매우 불분명하다.
일본 분자분광학 연구소의 니혼야나기 사토시 박사는 물, 특히 물과 공기의 접촉면인 수면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그는 관찰의 편의를 위해 동위원소 희석법을 적용, 물 분자(H2O)가 진동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일부 물 분자들이 다른 물 분자들과 단일 수소결합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종종 수소결합이 깨질 수도 있어요. 그때는 물 분자가 공기 중으로 날아가게 됩니다.”
사토시 박사에 의하면 이처럼 수소결합이 깨지고 다시 결합하는 작용은 1초에 수십억 번이나 일어난다.
“수소 원자는 인근의 수소 원자를 향해 조금씩 다가갑니다. 하지만 물 분자들은 한동안 짝을 짓지 않아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결합을 허락하죠. 그리고 이렇게 만나고 헤어지기를 끊임없이 반복해요. 자유연애주의자가 따로 없어요.”
영국 해양생물협회(MBA)의 미생물학자 마이클 컨리프 박사는 소금물의 경우 물 표면과 공기의 접촉면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더 복잡하다고 말한다. 그는 공기와 맞닿은 바닷물 표면의 미세층인 ‘표면 정체막(microlayer)’을 연구 중이다. 머리카락 한 올 두께의 표면 정체막은 6년 전만해도 생태계적 중요성이 간과됐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박테리아에 싸여 있는 교질 다당류(gelatinous polysaccharide)들이 존재하며 이는 아메바의 먹이가 된다.
“욕조에 앉아 물 위에 띄운 고무공을 던지면서 놀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어디가 수면이고 어디서부터 수면이 아닐까요? 누구도 알 수 없어요. 파도가 치고, 물방울이 터질 때마다 수면의 모습은 끊임없이 달라집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