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 인사코드가 ‘경기고-부산-참여정부’ 라인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서는 과거 특정 인맥이 내각을 좌우했던 것처럼 금융권 인사를 특정 인맥이나 연줄이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인사에서 부산 출신 금융인 모임인 ‘부금회’가 부상했다. 회장 선임을 둘러싼 치열한 논란 속에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선임됐고 최근 정지원 거래소 이사장, 이동빈 수협은행장이 자리를 차지하면서다. 이들은 모두 부산 출신이다. 정 이사장은 부산 대동고 출신이자 행시 27회인 모피아(재무부+마피아)다. 이 행장은 강원도 원주고를 나왔지만 부산대 경영학과에 입학하면서 부산 인맥을 쌓았다. 김 회장도 부산상고와 부산대 무역학과 출신이다.
부산인맥에 이어 경기고 금융 인맥도 주목 받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7월 내정된 후 초기 9월 인사에서는 경기고 출신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목 받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장 실장과 경기고 68회 동기이고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1년 선배다. 장 실장은 인선 과정에서 이들을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회장은 참여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또 다른 금융권 인사코드는 참여정부 출신 인사라는 연줄이다. 행시 15회인 김용덕 손해보험협회 회장은 참여정부 말미 6개월간 금감위원장을 맡았고 행시 16회인 양천식 전 수출입은행장은 생명보험협회에 유력하다는 하마평이 나온다. 양 전 행장은 참여정부에서 금감위 부위원장을 했다. 은행연합회도 홍재형 전 부총리와 참여정부에서 금감원 부원장을 지냈던 부산 출신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가 유력하게 떠올랐다가 지난주 국정감사 이후 ‘관료출신 올드보이’에 대한 우려가 확산 된 뒤 홍 전 부총리는 지원을 철회했고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다시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대구고 출신인 허인 KB국민은행장 내정자를 포함해 빈대인 BNK부산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이 특별한 연줄 없이 내부 승진된 케이스로 꼽힌다.
‘경기고-부산-참여정부’ 라인이 금융권 수장과 협회장을 장악하면서 현재 공석이거나 임기 만료를 앞둔 한국투자공사(KIC), SGI서울보증과 은행연합회·생보협회·금융투자협회 등 민간 협회 수장 선출에도 직간접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더구나 금융권은 특혜 채용 의혹으로 이광구 행장이 사임한 우리은행은 물론 KB금융지주·NH농협금융지주 등도 검경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결과에 따라 물갈이의 빌미가 되지 않을까 초긴장 상태에 놓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와 연이 있는 금융 관료 출신 올드보이, 부금회, 대선 캠프 인사 등이 물밑에서 열심히 뛰면서 경쟁 상대를 비방하는 투서가 쌓이고 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면서 “금융권이 거대한 ‘격투기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