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자금성 ‘삼희당’

0715A39 만파식적


중국 청나라 건륭제는 동진시대 서예대가 왕희지의 ‘쾌설시청첩’과 그의 아들 왕헌지의 ‘중추첩’를 선대로부터 물려받았지만 항상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황제 즉위 11년째인 1746년 어느 날 그 허전함이 마침내 풀렸다. 호방한 필체로 유명한 문장가 왕순의 ‘백원첩’을 우연히 손에 넣은 것이다. 뛸 듯이 기뻐한 건륭제는 이들 서첩을 한데 두고 감상할 공간을 찾다가 자신이 정무를 보는 자금성의 양심전 근처에 서재를 꾸몄다.

황제의 서재라 크고 장대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 평이 조금 넘는 소박한 규모다. 건륭제가 직접 지은 이름은 삼희당(三希堂·싼시탕). ‘세 가지 희귀한 보배가 있는 집’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건륭제가 서첩 3권을 얼마나 애지중지했는지를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대만에도 자금성 삼희당과 비슷하게 재현해놓은 곳이 있다. 타이베이 국립고궁박물원 4층에 위치한 ‘삼희당’. 여기는 서재가 아니라 찻집이다. 건륭제의 서재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천장을 책장으로 장식하고 절제미가 돋보이도록 송나라 시대 가구풍으로 디자인돼 있다. 75만점에 이르는 중국 황실의 국보급 유물을 둘러본 뒤 차 한잔 하면서 잠시 쉬기에 좋은 장소다. 공교롭게도 쾌설시청첩이 현재 타이베이 고궁박물원에 보관돼 있으니 이를 직접 본 뒤라면 특별한 기운을 느낄 것 같다. 시대와 공간은 다르지만 건륭제의 서재가 눈에 아른거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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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일 중국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금성 삼희당에 들를 모양이다.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삼희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차 마시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소식이다. 리처드 닉슨 등 방중한 역대 미국 대통령의 상당수가 자금성을 찾았지만 삼희당 방문은 트럼프가 처음이라고 한다.

트럼프에게 건륭제의 서재인 삼희당을 보여주려는 데는 중국의 숨은 뜻이 있지 싶다. 건륭제가 누구인가. 조부와 부친인 강희제·옹정제에 이어 청나라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위대한 황제다. 찬란한 건륭제의 치세를 내세워 ‘신형대국관계’를 정당화하려는 시진핑의 의도가 엿보인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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