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놈 도둑님’은 대한민국을 조종하는 기득권 세력에 치명타를 입히는 도둑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통쾌하게 다룬 드라마. 지난 5일 마지막 회에서 13.4%(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지훈은 극 중 검사 한준희 역을 맡아 지현우(장돌목 역), 서주현(강소주 역)과 호흡을 맞췄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김지훈과 만나 MBC 주말드라마 ‘도둑놈 도둑님’(극본 손영목 차이영, 연출 오경훈 장준호)종영 인터뷰를 나눴다.
“한준희는 중학생 때 가족을 버리고 세상으로 뛰어나온 아이다. 고아원을 전전하다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검사가 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겠나. 보통 힘들면 다시 집으로 돌아갈 텐데 한준희는 정말 독했다. 그 과정을 생각해보니 아버지를 다시 만났을 때 엄청난 감정의 폭풍이 휘몰아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극 중 아버지로 등장하는 안길강(장판수 역)과 해후하는 장면은 그래서 부담이었다. 머릿속으로 그린 감정의 폭이 어마어마한데 과연 연기로서 채워낼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대본 공부. 또한 드라마 초반 아역들이 연기한 것을 보면서 감정을 유지했다. 이 같은 노력에 시청자들은 호평을 보냈고, 김지훈 역시 어느 정도는 만족할 수 있게 됐다.
“복수를 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윤중태(최종환 분)가 너무 나쁜 짓을 해서 당장이라도 잡아 넣고 싶은데 참아야했다. 44~45회쯤에는 윤중태가 엄마를 죽였다는 것까지 알게 됐다. 그 전까지는 그래도 존경할 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완전히 무너졌다. 복수의 시기가 되지 않았기에 까발리지는 못하고 감춰야만 하는 감정이 복잡했다.”
김지훈은 분노하면서도 동시에 절제하는 까다로운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극 중 검사답게 냉철하면서도 프로페셔널한 면모가 돋보였다. 검사 역할을 3번이나 한 배우의 내공이 느껴졌다. 다만 검사 역만 총 100회가 넘게 했음에도 아직 갈증은 있다고. 의외로(?) 검사로서 재판하는 장면을 찍은 적이 없단다. 앞으로도 검사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며 욕심을 드러냈다.
지난 2002년 KBS2 ‘러빙유’로 데뷔한 그는 어느덧 16년차 배우가 됐다. KBS2 ‘황금사과’를 시작으로 KBS2 ‘위대한 유산’, MBC ‘얼마나 좋길래’, KBS2 ‘며느리 전성시대’, KBS2 ‘연애결혼’, SBS ‘별을 따다줘’, SBS ‘결혼의 여신’ 등 숱한 작품에서 주연을 맡아왔다. 그러나 갈증은 있는 법. 김지훈에게는 ‘올드한 이미지’라는 고민이 있었다.
“연기자로서 저에게 있는 올드한 프레임을 벗어 던지고 싶다. 그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미니시리즈 같은 트렌디한 작품을 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저에게는 주말극이 더 많이 들어오는 게 사실이다. 더 오래 참고, 성에 차지 않은 역할이어도 미니시리즈를 해야 할지 아니면 주말드라마 중 흥행될 것 같은 작품을 고를지 고민 하고 있다.”
무척이나 솔직한 답변이다. 사실 지금껏 김지훈이 해온 작품 중에는 주말드라마가 아닌 작품도 꽤 많은 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지난 2014년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가 37%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덕에 주말극 속 김지훈의 인상이 시청자들에게 깊게 박혔다. 이를 벗어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김지훈은 예능프로그램에도 도전하고 있다.
“주말드라마에 어울리고 어머니들이 좋아하신다는 이미지를 환기시킬 수 있던 것이 JTBC ‘크라임씬’이다.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어떤 작품만으로 깬다는 것은 힘든 부분이 있다. ‘도둑놈 도둑님’으로 후회 없는 연기를 했지만 모든 연령층이 보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크라임씬’에 나오니 확실히 어린 친구들이 팬이 된 것이 느껴진다. 그렇게 이미지를 바꾸려 노력 중이다.”
김지훈은 앞서 ‘크라임씬2’에 게스트로 나온 뒤 좋은 반응을 얻어 ‘크라임씬3’ 고정 출연자가 되기도 했다. ‘크라임씬’이 역할극을 기반으로 한 추리예능이다 보니 배우의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도 있었다. 김지훈은 이에 멈추지 않았다. ‘라디오스타’ 스페셜 MC 자리에도 도전했다. 워낙 많은 시청자가 사랑하는 만큼 밑져야 본전인 자리지만 자신감이 있었다.
“예능은 양날의 검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얻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자칫하면 많은 것을 잃는다. ‘라디오스타’ MC는 게스트와는 또 다르다고 생각했다. 게스트가 자기 이야기를 털어낼 수 있게 거들어주는 데서 장점을 보여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생각한대로 편하게 하고 왔다. 제작진과 시청자들도 좋은 반응을 주셔서 감사했다.”
연기도 예능도 결국은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 김지훈이 대학시절 심리학을 전공한 것은 그의 과거 활동에도, 또 앞으로의 활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김지훈에게는 물음표가 많다. ‘이 사람은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렇게 했을까’를 생각하며 원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보니 사람을 더욱 깊이 탐구하는 원동력이 됐다.
“사람을 연구하는 것은 연기를 할 때도 당위성을 가지게 한다. 어떤 인물의 표정을 하고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 것은 사실 내가 아니기 때문에 완벽하기 힘들다. 원인을 알아야 결과물로 나올 수 있다. 전공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원인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인지하는 것이 좋다. 그러다보면 남들과는 다른 결과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편 김지훈은 오는 11월 영화 ‘역모-반란의 시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