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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미옥’ 90분간 펼쳐진 욕망의 지도 속...스마트한 김혜수가 말하고자 했던 것

한계 없는 배우 김혜수표 느와르 영화 ‘미옥’은 올 가을 극장가, 관객들을 매료시킬 수 있을까. ‘달콤한 인생’(2005), ‘아저씨’(2010), ‘신세계’(2013) 등 지금까지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느와르 장르에 신선한 충격을 던질 준비를 갖췄다.

김혜수란 이름 석자만 믿고 영화를 선택한 이라면, 스턴트맨들과의 일대다 액션을 비롯해 10KG에 달하는 장총을 들고 강도 높은 총격 신을 소화하는 등 매 촬영마다 고난도의 액션 연기를 펼치는 모습에 만족할 것이다. 여기에 스타일리쉬한 의상과 헤어컷의 강렬함, 역대급 스마트한 카리스마 연기로 관객들을 홀린다.


“직관적으로 남자들이 판치는 장르 안에서 활개치는 멋진 여자 주인공을 보고 싶었다. ”고 말한 이안규 감독의 바람은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품은 독보적인 김혜수와 야수 본능 이선균, 야심만만 이희준의 욕망의 지도를 90분간 펼쳐놓는다. 그 지도를 얼마나 주의 깊게 따라가느냐에 따라 관객들의 호불호는 갈릴 듯 하다.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이안규 감독의 첫 상업 영화 데뷔작인 ‘미옥’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2인자 ‘나현정’(김혜수)과 그녀를 위해 조직의 해결사가 된 ‘임상훈’(이선균), 그리고 출세를 눈앞에 두고 이들에게 덜미를 잡힌 ‘최대식’(이희준)까지, 벼랑 끝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은 세 사람의 물고 물리는 전쟁을 그린 느와르.


강인하면서도 섬세한 ‘나현정’이자 곧 김혜수는 범죄 조직의 이인자로 매우 치밀하게 일하고 인정도 받는 캐릭터. 정작 그녀는 욕망을 감춘 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자 평범한 삶을 꿈꾸며 모든 걸 끝내기를 소망하는 아이러니한 여자이다. 쉽지 않은 이 아이러니함을 끝까지 물고갈 수 있는 있었던 건 김혜수의 연기내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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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정을 둘러싼 두 남자의 욕망에 무게 중심을 둔 이라면, 이번 영화가 지극히 클리셰에 가깝다고 평할지 모르겠다. 결핍을 숨긴 채 위악스런 임상훈, 비열하게 폭주하는 최대식은 누가 봐도 그 내면을 따라가기 쉽게 그려졌다. 반면 나현정의 또 다른 이름은 모성애로 그려지고 있는 형국. 그래서 보는 이에 따라 주인공은 나현정이 아닌, ‘소중한 여인’을 위해 해결사를 자처한 임상훈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원래 영화의 제목 역시 ‘소중한 여인’이었다.

‘미옥’은 개봉 전 해외 영화제의 잇단 초청과 함께 <신세계>(2013), <베테랑>(2015), <곡성>(2016)에 이어 제50회 시체스영화제 포커스 아시아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미옥’은 개봉 전 해외 영화제의 잇단 초청과 함께 <신세계>(2013), <베테랑>(2015), <곡성>(2016)에 이어 제50회 시체스영화제 포커스 아시아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드라마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감독의 고민 역시 심했을 터. 모성애로 귀결되는 선택지든, 언더보스에서 1인자를 꿈꾸는 야망을 드러내는 선택지 모두 관객들의 입맛엔 전혀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기에. 여성 보스가 무자비한 폭력의 판을 더욱 잔인하고 공격적으로 이끌고 가길 기대한 이의 예상도 제대로 빗겨간다. 오히려 그 속에 ‘미옥’의 미덕이 있다.

한마디로 ‘미옥’은 뜨거움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영화이다. 아니 냉혈한 남성의 세계를 향해, 다른 방향의 총과 칼을 들이민 이는 여성 미옥이다. 느와르라는 장르가 주는 특유의 쓸쓸한 분위기에 스마트한 ‘김혜수’가 선두를 이끄니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거칠고 폭력적인 남성세계를 주도하는 이는 서늘하면서도 따뜻한 나현정, 바로 ‘미옥’이었다. 여성 느와르 영화 ‘미옥’이 말하고자 했던 궁극적인 이야기이다. 완벽하진 않지만 분명 도전할 가치가 있는 영화였고, 기다린 영화였다.

오프닝부터 전라의 남녀들이 등장해 5분간 펼쳐지는 정사신이 무방비 상태로 극장을 들어선 관객을 화들짝 놀라게 할 것이다. 화려한 오프닝을 마음에 들어 할 지, 강도높은 액션 신 혹은 나현정의 마지막 선택을 마음에 들어할지는 관객의 몫이다. 오는 9일 개봉 예정.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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