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반포동의 신반포1차 재건축사업을 통해 지난 2016년 8월 완공된 ‘아크로리버파크’는 한강변 입지와 높은 시세뿐만 아니라 건축적으로도 주목받아왔다. 국내 민간 아파트 단지 최초로 특별건축구역 제도가 적용돼 완공된 사례이기 때문이다. 2007년 건축법을 통해 도입된 특별건축구역은 창의적인 건축 설계를 위해 일조, 동 간 거리 등과 관련한 건축 규제를 일부 완화해 주는 제도다.
설계자인 윤혁경 에이앤유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 도시부문 사장은 “아파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해 다양한 설계 디자인을 적용하려고 하다 보니 설계도서의 양이 일반 아파트단지의 2~3배에 달하는 2만여장에 달할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15개 동, 1,612가구로 구성된 아크로리버파크의 평면 타입은 32가지에 달한다. 건물의 얼굴에 해당하는 입면 디자인과 구조, 높이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그러한 다양성은 산만하지 않고 단지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과도 조화를 이룬다.
건축주인 한형기 신반포1차 재건축조합장이 윤 사장에게 설계를 의뢰하면서 요구한 조건은 조합원 720명의 가구 모두 한강 조망과 남향을 확보해 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에 윤 사장은 한강 조망 확보를 위해 지상 38층에서 10층까지 다양한 높이의 건물들로 다채로운 스카이라인을 만들면서 건물 구조도 다양화해 남향 위주로 1,100여 가구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단지 설계에 반영된 또 다른 특징은 소통이다. 그는 많은 국내 아파트 단지들이 담장으로 둘러싸여 도시에서 단절된 외딴 섬이 돼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단지의 외곽 경계를 담장 대신 바닥 높이의 차이인 ‘단차’로 구분했다. 덕분에 시각적으로 외부에 개방된 단지가 됐다.
단지 내부의 소통을 위해서는 마당과 커뮤니티 시설 배치를 활용했다. 단지 중앙의 큰 광장 대신 몇 개 동 사이에 조경이 어우러진 작은 마당을 만든 것. 윤 사장은 “옛날 마을, 동네 같은 공간을 구현하려고 했다”며 “좋은 아파트는 개별 세대의 주거 공간만 좋은 곳이 아니라 단지 내 주민들 간 소통이 활발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운동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회의실, 어린이집 등의 커뮤니티 시설은 지상 1층에 배치했다.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자주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선택한 것이다.
특히 도서관은 한강 조망이 가능한 동의 21~22층에 자리 잡았다. 분양을 했다면 수익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단지 내에서도 최고의 입지다. 그러나 윤 사장은 분양 수익보다는 아파트의 품격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조합원들을 설득해 이 같은 결정을 이끌어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