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건축사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앞으로도 힘쓰겠습니다”
이근창(사진) 엄앤드이 건축사사무소 회장은 국내 건축계 인사들이 국내 건축계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온 ‘어른’으로 인정하는 건축사다. 한국건축문화대상은 국내 건축계 발전을 위해 힘써온 명망 있는 건축계 인사에게 ‘올해의 건축문화인상’을 시상해오고 있다. 건축문화인상 선정위원회는 “이 수상자는 국내 건축의 우수성을 해외에 널리 알리고 각국 간의 유대를 공고히 함으로써 국내 건축사의 해외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무엇보다 이 회장은 UIA(국제건축연맹)이사를 역임하면서 세계 건축인의 축제 ‘UIA 총회’ 서울 유치에 공헌했다. 이 회장은 “UIA개최지 선정에서 1980년대와 1990년대 두 번에 걸쳐 떨어지고 삼수 끝에 유치에 성공했다”며 “어렵게 유치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 기쁘다”고 말했다. UIA는 지난 1948년 스위스 로잔에서 시작돼 3년마다 개최되는 전세계 규모의 건축문화행사다. 올해로 26회를 맞는 이 행사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9월 3일부터~10일 서울에서 개최돼 전세계 건축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건축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꼽는 이 회장의 업적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한국의 건축교육을 바꾼 일이다. 한국의 건축사들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제기준에 맞는 건축교육이 필요하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대학교육 5년과 실무교육 2년을 받고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교육은 이와는 상이해 국내에서 건축과를 나와 실무 경험을 쌓더라도 해외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일찌감치 이를 인지한 이 회장은 국내 교육 제도 개편에 힘썼다. 그 결과 2000년부터 건축 교육이 5년제로 바뀌었다.
이 회장은 “국내 건축계의 실력은 상당히 축적됐지만 면허 상호인증 문제 때문에 해외 진출에 제약이 있다”며 “하루 빨리 상호인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인 발판을 마련해 후배 건축사들이 조그마한 땅덩어리에서 활동을 하기보다는 후배들이 국제적으로 진출해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격증 상호인정을 위해 건축 설계 서비스 역시 우리도 문호를 열고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다. 이 회장은 “국내의 굵직한 프로젝트의 설계를 해외의 유명 건축사가 맡은 경우가 많은데 그 반대의 경우는 없어 안타깝다”며 “앞으로 무역협정을 맺을 때 건축설계 서비스 영역을 보호의 영역이 아닌 개방의 분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건축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대외 활동을 활발히 해왔지만 설계작업도 왕성히 해오고 있다. 그는 과거 KT여의도사옥, 경남도립종합미술박물관, 송도O.K센터 등에서 선진화된 설계기법과 탁월한 창의력을 기초로 건축물의 질적 향상을 꾀했다. 그는 지금도 서울시청 인근 호텔설계, 송도 유원지 등의 설계에도 관여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향후 해야 할 역할로 건축계 협회 통합을 꼽았다. 현재 건축계는 대한건축사협회와 한국건축가협회로 양분돼 있다. 이 회장은 “건축계의 발전을 위해 조직화된 힘을 발휘하려면 힘을 한데 합쳐야 하는 데도 현실은 그러지 못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남은 목표로 “건축계의 통합된 목소리를 내 한국건축이 도약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근창 회장은
2000~2002년 아시아 건축사 연합회 부회장(ARCASIA)
2002~2005년 건축설계분야 WTO 대책위원회 위원
2004~2017년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 이사, 인증위원장
2006년~현재 APEC 건축사등록 심사위원
2007~2008년 아시아 건축사 연합회 회장(ARCASIA)
2014년~현재 UIA 제4지역 이사
2015~2017년 대한건축사협회 명예부회장
2017년~현재 건축사등록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