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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톡] 차갑게 식어버린 ‘사랑의 온도’

‘사랑의 온도’는 대체 어떠한 사랑의 온도 차이를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지난 6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에서 서로에 대한 오해로 인해 끝내 흔들리고 마는 온정선(양세종 분)과 이현수(서현진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사진=‘사랑의 온도’ 캡처사진=‘사랑의 온도’ 캡처


모든 일에 예민한 정선을 향해 현수는 “같이 살자. 내가 붙잡아주겠다. 마음껏 흔들려도 된다”며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싸주고자 했다. 하지만 엄마 유영미(이미숙 분)에 대한 상처가 깊었던 정선은 그간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그동안 억눌러왔던 것들이 한꺼번에 터져버렸다, 뿌리 채 뽑혀버릴 지도 모른다. 날 사랑한다고, 자기 인생 희생하지 마라”고 이를 완곡하게 거절했다.

정선에게 거절을 당한 현수는 엄마 박미나(정애리 분)를 찾아가 “사랑이 너무 어렵다. 같이 살자고 했는데 거절당했다. 모든 걸 희생하려 했는데 하지 말라더라. 기분 안 좋다. 생각해봤는데 처음 만나서 사귀자고 했을 때부터 좋아했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현수의 제안을 거절한 정선은 이후 예민해진 상태에서 일을 이어갔다. 이 가운데 박정우(김재욱 분)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극한의 상태에 몰려있는 정선은 정우에게 왜 엄마에게 돈을 빌려줬는지 따지며 “나는 형처럼 뭐든 하지 않는다. 내 식대로 하겠다. 악수하고 싶지 않다. 지금 흔들리고 있다. 엄마 빚도 다 갚겠다”고 선언했다.

흔들리는 와중에서도 미슐랭 별을 받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위해 굿스프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던 정선을 찾은 이는 현수였다. 현수는 “네 옆엔 내가 있다”고 말하며 정선의 아픔을 사랑으로 감쌌다.

현수를 사랑하기에 문제가 많은 현수의 엄마 영미와 꾸준히 연락을 이어갔던 현수였다. 하지만 정선은 영미의 전화를 현수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심지어 엄마와 만나 함께 술을 마셨다는 말을 듣고 더욱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급기야 정선은 “우리 엄마와 관계는 나 아니면 맺지 않아도 되잖느냐”고 쏘아붙이기까지 했다.


결국 참다못해 폭발한 현수는 “정선씨 인생에 들어가려면 어머니를 빼놓을 수 없어서 노력중이다. 흔들려보지 않은 사람이 흔들린다니까 불안하다. 포기하고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힘들다”고 울먹거렸다. 정선은 “날 믿지 못하는 거다”며 현수의 손을 뿌리쳤고, 현수 또한 “누군 좋기만 한 줄 아느냐. 왜 자기만 생각하느냐”고 소리 지르며 갈등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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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랑의 온도’ 캡처사진=‘사랑의 온도’ 캡처


선선해지는 가을 날씨에 걸맞은 멜로 감성으로 안방극장을 달궜던 ‘사랑의 온도’는 현재 그 온도가 급격하게 식어가는 중이다. 초반 오름세와 달리 답보상태에 있었던 ‘사랑의 온도’의 시청률은 서서히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월화드라마 1위 자리 또한 경쟁 작인 KBS2 ‘마녀의 법정’에 내준지 오래다.

안방극장이 ‘사랑의 온도’를 외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극중 인물들에 대해 더 이상 공감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온라인 채팅으로 시작해 현실에서 만나게 된 드라마 작가 지망생 ‘제인’과 프렌치 쉐프를 꿈꾸는 ‘착한 스프’ 그리고 다양한 주변 인물들을 통해 피상적인 관계에 길들여져 있는 청춘들의 사랑과 관계를 그렸던 ‘사랑의 온도’는 분명 초반에는 로맨틱코미디 장르가 줄 수 없는 사랑의 따뜻한 감성을 전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서현진과 양세종의 안정감 있는 연기와 더불어 등장하는 캐릭터들 또한 각자의 매력들이 분명하게 존재했었다. 여기에 세련된 영상미와, 하명의 작가의 수려한 대사는 보는 이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문제는 회가 거듭될수록 ‘사랑의 온도’는 특유의 감성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가정에 대한 상처가 크다보니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못하는 정선의 모습은, 초반 정선의 모습과는 크게 달랐다. 아무리 주위 환경에 흔들리다보니 모든 것에 예민해졌다고 이해해보려고 해도 계속되는 정선의 뾰족함은 안방극장에 피곤함을 주는 것이다.

잘 만들어진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굳이 애써서 노력하지 않아도 각 인물들의 감정에 공감하고 몰입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재 ‘사랑의 온도’는 그렇지 못하다. 상처받은 정선의 감정에 같이 아파하고 슬퍼하는 반응보다 답답하다는 반응이 먼저 나온다는 것은, 드라마가 안방극장에 제대로 된 설득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청자들에게 있어 각 인물들의 감정 변화는 갑작스럽게 느껴지고, 그러다보니 각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데 벅참을 느낀다는 것이다.

심지어 하명희 작가의 장점 중 하나인 ‘수려한 대사’ 또한 ‘사랑의 온도’의 피곤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아름다운 문체로 마음을 울렸던 대사들이었지만, 지나치게 극의 빈 부분을 대사로 채우다보니 어느새 ‘대사과잉’의 느낌을 전해주는 것이다.

아무리 아름답고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대사와 장면, 연기라고 해도 필요에 따라 때로는 덜어냄도 필요하지만, 현재 ‘사랑의 온도’는 대사도 감정도 모든 것이 과잉인 상황이다. 처음 연애를 하고 싶게끔 만들었던 ‘사랑의 온도’는 어느새 연애의 피곤함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들의 정체성이 흔들리면서 드라마 전체가 흔들려 버린 ‘사랑의 온도’는 차게 식어버렸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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