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고두심 "인공적이지 않은 진솔한 영화...지금도 가슴 복받쳐 올라와요"

[영화 '채비' 고두심]

지적장애 아들을 둔 엄마 역할

이별 앞둔 절절한 모성애 연기



45년간 ‘국민 엄마’로 불린 고두심은 또래의 다른 여배우에 비해 유독 영화에서는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다. 특별 출연을 제외하고 지난 2010년 ‘그랑프리’가 그의 최근작이다. 영화 출연을 멀리하던 그가 심사숙고 끝에 선택한 작품은 9일 개봉하는 ‘채비’다. 자극적이고 화려한 영화들 사이에서 ‘채비’는 수수하고 밋밋할 수 있지만, 감칠맛 나는 반찬이 아닌 하얀 ‘쌀밥’과 같은 작품이다. 고두심은 이 작품에서 지적장애 아들을 둔 엄마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있는 엄마 애순 역을 맡아 ‘상상화되고 가공된 모성애’가 아닌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절절한 모성을 표현해 역시 ‘국민 엄마’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영화 ‘채비’에서 가슴 저린 모성애 연기를 보여준 고두심은 이번 작품에서 ‘아픈 손가락’ 같은 아들을 둔 엄마를 연기한 까닭에 강박적으로 무거운 연기를 스스로에 주문했다고 했다. “나이는 서른이지만 지능은 7살인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을 떠나보내는 엄마이기 때문에 깊은 내면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좀 더 단단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해서 무거운 연기를 했다.”


영화는 단순하고 뻔하고 일상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관객들을 복받치게 하고 이내 울려 버린다. 각자의 경험에 따라 감동의 포인트가 다른 것. 고두심은 중국집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 장면을 가장 슬픈 장면으로 꼽았다. “애순이 중국집에 가서 오늘은 아무거나 다 먹으라고 한다. 아들 인규가 좋아하니까 누나 문경은 ‘얘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런다’며 심란해 하는데, 문경의 딸이 ‘삼촌은 모든 걸 다 기억한다’고 하자, 인규가 ‘누나 결혼식 날 기억한다. 나는 그날 못 갔다. 누나 그날 너무 예뻤다’고 하는데 가슴이 너무 복받쳤다. 딸 결혼식에 모자란 자식이니까 못 데려간 거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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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심은 또 ‘채비’가 애순·인규 모자의 생활을 그린 다큐멘터리 같아 보여 요즘 같은 시대에는 밋밋하고 또 ‘올드’해 보일 수 있지만 좋은 작품이라고 자부한다고 했다. “감각적인 요즘 영화와는 다르다. 잃어버렸던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볼 수 있도록 쉼표를 찍는 작품이다. ‘올드’하긴 하지만 어떤 인공적인 것도 가미가 안 된 진솔한 작품이다. 이제 핵가족 시대고, 자식도 하나밖에 낳지 않는다. 앞으로는 가족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오직 ‘나’에 초점을 맞춤 작품들 말이다.”

1972년 MBC 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래 젊은 시절부터 그는 주로 엄마 역을 맡았다. 젊은 시절 ‘애마부인’ 출연을 제안받기도 했지만 노출 장면 때문에 고사했다. 이제라도 진한 멜로 연기에 도전해볼 생각이 없냐고 묻자 “정말 진한 로맨스라도 영상으로 아름답게 표현하는 감독을 만난다면 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이어 “중년도 사랑에 대한 감성은 있고, 그 표현이 젊은이들이 보기엔 유치할 수 있다. 6학년(60대)의 사랑은 유치할 수 있지만, 우리가 보기에 젊은이들의 사랑은 어설프다”며 “감성은 있는데 몸은 나이가 들어서 굼뜨고 그런 중년 멜로가 나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오퍼스픽쳐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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