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무역 불균형 해소를 요구하는 미국의 순방 전략에 대응한 선물 공세에 나섰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와 최대 50억달러(5조5,700억원) 규모의 공동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펀드는 미국의 주요 제조업에 중장기간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펀드 조성 합의는 8~10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최종 서명이 이뤄지면서 양국 간 대규모 투자 및 거래 합의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로이드 블랭크파인 골드만삭스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수행 기업인에 포함돼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의 방중 일정에는 존 라이스 제너럴일렉트릭(GE) 부회장, 앤드루 리버리스 다우듀폰 회장 등도 동행해 항공·천연가스·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기업 간 투자 합의를 도출할 계획이다.
투자펀드 설립이 성사되면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 타결될 가장 큰 투자안으로 언급된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과 미국 기업 간 70억달러 규모의 에너지 투자를 잇는 또 하나의 대형 성과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은 이번 공동투자를 계기로 49%로 제한된 해외 은행들의 중국기업 투자 비중을 지배 지분까지 늘리는 방안 등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이번 투자펀드 조성을 제안하고 나선 것은 중국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무역적자 감소 및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이라는 트럼프 국정과제에 부합하는 선물을 안겨 기타 통상압력을 낮추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이 트럼프 방일에 앞서 미 셰일가스 투자펀드 조성안을 공개하고 자동차·쇠고기·제약 분야 양보안을 도출한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앞서 지난 2일에도 중국은 관세 인하를 비롯한 수입확대 계획을 내놓았다.
게다가 이러한 투자는 첨단 기술산업 등 미 주요 기업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입장에서도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평가다. WSJ는 “미국은 안정적인 투자원을 확보하고 중국은 선진기술에 다가선다는 목표에 부응하는 전략”이라며 “기술 유출 우려, 투명성 강화 요구 등에 막혀 번번이 좌절된 미 정보기술(IT)기업 투자 등도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도 트럼프 방중을 앞두고 최근 연방항공청(FAA)이 중국 민간항공관리국(CAA)과 중국산 여객기 및 부품 수입을 허용하는 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로 양분된 상업용 항공기 시장에 중국이 첫발을 들이는 길을 터주는 ‘선물’을 제공함으로써 중국으로부터 더 큰 양보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