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자의눈] 중견기업 홈페이지 다운과 판교라인

박해욱 성장기업부 기자



지난달 말 한 중견기업이 네이버 실시간검색어(실검) 1위에 오르는 보기 드문 ‘사건’이 벌어졌다. 주인공은 화장품 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인 한국콜마. 소비자 접점이 높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도 아닌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이 국내 1위 포털 실검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사연은 이랬다.

한국콜마는 지난달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실시했다. 온라인 서류접수 마감일에 지원자들이 회사개요를 알기 위해 홈페이지에 대거 몰리면서 홈페이지는 다운됐다. 먹통이 된 홈페이지를 찾은 지원자들이 ‘한국콜마’를 검색한 결과가 실검 1위였다.


K뷰티가 글로벌 키워드로 부상하면서 한국콜마, 코스맥스 같은 화장품 OEM 업체가 입사 선호 기업으로 올라선 지는 꽤 오래됐다. 한국콜마의 경우 이전에도 신입사원 채용 경쟁률은 늘 100대 1을 넘었다. 그렇다고 서버가 마비될 정도는 아니었다.

비밀은 따로 있었다. 한국콜마는 채용을 준비하며 전국 대학을 돌면서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특히 채용공고에는 ‘내곡동 시대를 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내곡동 통합기술원 준공을 마친 한국콜마는 기존 세종시 등 지방근무가 필수였던 연구개발(R&D) 인력과 일부 본사 관리직군의 근무지를 이곳으로 배치했다. 기업은 마음에 들지만 지방 근무를 꺼려 했던 취준생들이 ‘서울근무 가능’이라는 당근에 매혹돼 입사 지원에 나선 것이다.


중소업계에는 ‘판교라인’이라는 말이 있다. 경쟁력 있는 취준생들이 판교 아래 중소기업은 기피하는 현상을 말한다. 취업시장에서의 북방한계선 같은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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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중소기업을 담당하면서 지방의 수많은 산업단지를 방문했다. 만나는 중소기업 사장들은 직원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그들의 외침은 한결같았다.

“지방에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닙니다. 급여를 더 준다고 해도, 복지를 더 챙겨준다고 해도 오지를 않아요. 그냥 지방 근무가 싫은 거에요.”

중소기업인 사이에서 ‘판교라인’은 실존하는 ‘한계치’ 같은 것이다. 새 정부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활성화 기치를 내걸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일자리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2일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 발표를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창업대책의 진짜 목표는 일자리”라고 말했다. 부총리 지적대로 일자리는 중요하다. 일자리 창출의 주역은 중소기업, 창업기업이 돼야 한다. 새로운 부가가치가 나와야 경제의 질적 성장이 가능하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중소기업 관련 일자리 대책을 보면 재정지원을 통한 임금인상 효과 외엔 딱히 눈에 띄는 방안이 없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일자리에 사람을 어떻게 채우는 지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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