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3.6% 증가해 우리나라의 올해 전체 GDP 증가율은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망대로 올해 GDP 증가율이 3%대를 기록한다면 지난 2014년 3.3% 이후 3년 만이다. 시중금리도 점진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회복과 금리 상승은 우리 경제가 오랜만에 활력을 되찾고 우리를 옥죄어온 저성장·저금리의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양이 있으면 음이 있듯이 금리 상승이 이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면에서는 우리 경제에 부정적이다. 올해 3·4분기 GDP 증가율은 일부 업종의 수출 증가에 기인했을 뿐 나머지 기업의 수익과 가계소득은 정체돼 있다. 기업수익과 가계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나 홀로 금리 상승은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을 키울 뿐이다. 특히 1,4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이 우리 경제를 압박하리라 우려된다.
불어난 이자 부담에 버티기 어려운 기업과 가계는 빌린 원금도 상환하기 어려워진다. 설상가상으로 경제적 취약계층으로 전락하는 가계도 나온다. 그나마 상환 여력이 조금 있는 가계와 기업도 소비 여력과 투자 여력의 위축이 불가피하다. 특히 가계의 소비 여력 위축은 저축 여력을 위축시키고 위험 대비용 보험 수요를 감소시킨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가계도 증가한다.
가계의 보험 수요 감소 또는 보험 해지 증가는 노후소득위험 또는 건강위험에 대한 보험의 사회안전망 기능을 약화시킨다. 예를 들어 건강위험을 다룬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의료비 재원은 국민건강보험 등 공보험 비중 54.0%, 민영보험 비중 5.8%, 본인 부담 비중 36.1%, 기타 4.1%이다. 보험 수요 감소 또는 보험 해지 증가는 의료비 재원에서 민영보험 비중의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본인 부담의 비중이 커져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민영보험의 위축은 우리의 삶의 질을 급격히 악화시킨다. 특히 우리의 인구 고령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노후소득위험 및 건강위험에 대한 보험 대비의 필요성은 더욱 절박하게 느껴진다. 신정부가 공보험의 양적 확대, 질적 강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유이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기초연금을 포함한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다양한 정책이 발표됐다. 정부는 효율성 제고 및 증세로 정책 추진에 드는 재원 충당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나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재원 문제로 인구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미국·독일·영국·호주 등 주요 선진국은 공보험과 사보험의 협력으로 국민의 노후소득위험과 건강위험에 대비해왔다. 공보험이 닿지 못하는 부분에서 사보험이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계속 정비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우리 국회·정부도 공사보험 협력체계를 구축해 국민의 사회안전망이 위협받지 않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