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누가 더 불쌍한가

권선희 作

0815A37 시




손 없는 집, 첩 들였다


영감 하나에 큰댁 작은 댁 함께 살았다

작은댁 새끼를 큰댁은 여섯이나 받았다

영감은 병들었다


큰댁은 젖도 안 뗀 막내까지 여섯을 업고 끌고 부산으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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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댁은 자맥질하며 살았다

큰댁은 광주리장사로 새끼들 키웠다

막내가 장가들 때도 만나지 않았다

영감은 죽지 않고 누워 있다

손 없는 집, 첩 들여 손이 생겼네요, 여섯씩이나. 작은댁 함께 사니 입 하나 늘었어도 집안일 줄었겠군요. 작은댁 새끼를 큰댁이 받아주니 몸조리 잘 했겠네요. 영감 병들어 큰댁 떠나가니 시앗싸움도 없어졌겠군요. 작은댁 자맥질했다니 물일을 했다는 건가요, 도망갔다는 건가요. 물일 했다면 소라 전복깨나 건졌겠고, 도망갔다면 새 팔자 만났겠군요. 큰댁 광주리로 새끼들 키웠다니 박수 받을 일이고, 막내 장가들 때까지 만나지 않았다니 낳은 정 기른 정 다툴 일 없겠군요. 영감은 여적 죽지 않고 누워 있으니 과부 신세 면하였군요.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는 게 인생이니 질문을 바꿔볼까요. 누가 더 행복한가요.<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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