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행현초등학교 5학년 고륜영(11)양은 최근 꿈을 꿨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꿈속에서 40대 후반의 일상생활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것이다.
대학생 아이 하나를 키우는 커리어우먼이 된 그는 아침에 눈을 뜨자 3D프린터로 간편히 아침을 준비한다. 여러 음식 성분이 내장된 프린터기로 샌드위치와 우유 레시피 버튼을 눌러 해결했다. 우주인부터 시작된 3D프린터 간편 음식을 일반인들도 하루 한두끼 먹는 게 일상화됐다. 음식 성분의 신선도는 자동으로 체크되는데 배달을 시켜 소형 드론으로 전달받는다. 3D프린터와 드론 등이 일상화돼 대형 할인마트 쇼핑도 줄었다.
지구온난화 심화로 부쩍 길어진 여름을 맞아 3D프린터로 단 30분 만에 아이에게 멋진 티셔츠도 만들어 입혔다. 몸을 자동 스캔한 뒤 손가락으로 몇 번 터치해 맞춤형 옷을 만들 수 있다. 스마트 소재로 자동으로 온도·습도 등이 조절되는 점도 특징이다.
오후에는 요즘 부쩍 체력저하를 호소하는 부모님과 함께 자율주행차를 타고 병원에 갈 생각이다. 손바닥에 내장된 스마트폰을 홀로그램으로 확대해 호출 버튼만 누르면 된다. 일반인 소유든지 택시회사 것이든지 가까운 곳에 있는 차를 호출하고 요금은 블록체인으로 보안이 완벽한 계좌에서 자동결제한다. 자율주행차는 전기 또는 수소를 이용하면서 아주 얇은 태양전지판과 내장형 풍력발전기를 부착해 에너지를 절감한다.
차를 타고 갈 때 화상 원격검진으로 부모님의 몸 상태를 먼저 파악한 의사는 “유전자, 줄기세포 치료와 함께 3D프린터로 만든 인공장기를 일부 써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100세 시대가 일반화된 요즘 80대 중반에 벌써 이러시다니…’ 마음이 영 편치 않다. 그나마 사물인터넷(IoT)과 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아무데서나 근무할 수 있어 병원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드려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요즘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로봇이 발달해 회사도 프로젝트 단위로 ‘헤쳐모여’ 식 근무형태가 일반화됐고 창의력과 판단력이 있는 인재를 원한다.
부모님의 기분전환도 시켜드릴 겸 올가을에는 시골에 3D프린터로 멋진 집을 하나 지어드릴 생각이다. 고속 자율주행드론도 일반화돼 이동도 편하고 증강현실(AR)을 통해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같이 식사도 즐길 수 있다. 몸에 내장된 바이오컴퓨터로 몸의 상태를 체크해 상비약도 처방받고 주치의와 화상 원격진료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대로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부모님 건강이 허락할 때 올겨울에는 화성에 정착한 고모집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과 같이 우주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다. 고령화와 개인주의화로 이혼 등 가족해체가 본격화된 요즘 이런 사례도 찾기 쉽지 않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대학생 아이도 “친구들이 ‘결혼을 왜 하느냐, 글로벌을 넘어 우주시대가 됐는데 굳이 가정을 꾸려야 하느냐’고 한다”고 전한다. 실제 인공지능 통·번역이 자유로워지며 국적을 초월해 누구와도 쉽게 친구가 되고 또 쉽게 헤어지는 시대가 됐다.
물론 2050년께 미래를 상상한 륜영이의 가상 꿈이지만 미래학자들이 예측하는 이야기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되며 30~50년 뒤 세상은 공상과학(SF)영화의 적지 않은 부분이 현실화될 게 틀림없다. 문명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계산과학연구센터장은 “3D프린팅으로 의식주와 인공장기를 만든다고 하지만 아직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하지만 한 차원 높은 4D프린팅까지 나오는 등 과학기술의 발전속도가 매우 빠른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기술발달과 사회현상의 변화를 예측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목표를 잡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