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충돌에서 ‘성조기 화형식’까지…폭력 물든 트럼프 찬·반집회

보수단체 회원들 반대 집회 쪽 이동하면서 충돌

집회 참가자 실신하기도 “깃대로 머리 맞았다”

경찰 뒤늦은 대응에 비판 “충돌 방치한 거 아니냐”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찬반 시위대가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찬반 시위대가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여기서 뭐하는 짓들이야.”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은 지난 7일 서울 광화문광장과 마찬가지로 둘로 갈라섰다. 한쪽에서는 친미·보수단체들이 “웰컴 트럼프”를 외쳤고 반대편에서는 반미·진보단체들이 “트럼프 아웃”을 소리 질렀다. 대규모의 보수집회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트럼프 대통령 반대 집회 쪽으로 이동해오자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양측은 서로 욕설을 내지르는 것으로 모자라 상대에게 깃대를 휘두르고 주차 고깔을 던지는 등 국회 앞 대로에서는 전면전을 방불케 하는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뒤늦게 경력이 투입돼 상황을 정리했지만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성조기와 피켓을 불태우는 등 이전과 다른 폭력집회 양상을 보였다.

220여개 진보성향 시민단체로 구성된 ‘노(NO)트럼프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과 KB국민은행 앞 인도와 도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를 파괴하고 인종차별에 전면적으로 나서는 전쟁광 트럼프를 반대한다”며 국회 연설을 저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행동은 탄띠를 둘러맨 트럼프 대통령을 형상화한 약 2m 높이의 대형 조형물을 준비해 붉은색 스프레이를 뿌리는 퍼포먼스를 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도착하자 조형물을 경찰 저지선 너머로 던졌다.


한미동맹국민운동본부와 대한애국당,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들은 반대 집회가 열린 곳 그리 멀지 않은 바른정당 당사와 글래드 호텔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환영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 반대 집회 참가자들의 외치는 구호와 연설을 뒤덮기 위해 군가와 트로트 등을 큰 소리로 틀어놓기도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에 도착하자 “국회 방문을 환영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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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국회 연설 반대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트럼프 물러가라’라고 적힌 깃발을 불태우고 있다. /이두형기자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국회 연설 반대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트럼프 물러가라’라고 적힌 깃발을 불태우고 있다. /이두형기자


두 집단 사이의 충돌은 친미단체 소속 100여명이 국회 쪽으로 이동하면서 빚어졌다. “여기서 나가라” “옆으로 가라” 등 격한 반응을 보이다가 급기야는 대대적인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 반대 집회 참가자 1명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가 깨어나는 일도 있었다. 그는 “친미집회 참가자 수명이 갑자기 몰려와 폭력을 행사했다”며 “그들이 휘두른 깃대에 머리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충돌 이후 긴장감이 극에 달하면서 일부 트럼프 대통령 반대집회 참가자들은 성조기와 피켓 등을 불태우기도 했다.

충돌은 수 분간 이어지다 경력이 투입되면서 일단락됐지만 경찰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상황 정리 후 경찰은 경찰버스로 차벽을 세워 두 집단을 분리하는 등 관리에 나섰지만 ‘국회 봉쇄’에 몰두하면서 현장 관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한 트럼프 대통령 반대 집회 참가자는 “보수단체 사람들이 오고 있는 걸 뻔히 알고 있었는데 경찰은 충돌이 있고 한참 후에야 나타났다”며 “사실상 충돌을 방치한 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두형·박우인기자 mcdjrp@sedaily.com

이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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