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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스 열린다] 부처별 제각각 한국 우주산업정책...정책 컨트롤타워부터 만들어야

<하> 우주 비즈니스는 선택 아닌 필수

우주개발 예산비중 'GDP 0.03%'로 선진국과 큰 격차

단기 성패 위주 한국식 개발 패러다임 전환도 필요

정부가 인프라 깔고 비전 제시...고급 두뇌 육성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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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우주개발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우주에서 가능성을 본 전 세계 주요 정부와 기업이 모두 우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우리는 기술 수준과 인력은 물론 국가 차원의 지원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주정책을 총괄할 독립된 주무부처를 만들고 우주개발 관련 예산을 늘리되 지나치게 성패 위주로만 평가되는 우주개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8일 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한국의 항공우주 분야 기술은 지난 2014년 기준 최고 기술국인 미국의 68.8% 수준, 기술격차는 9.3년으로 나타났다. 2008년 7.4년이었던 한국과 미국의 항공우주 기술격차는 6년 만에 2년 가까이 확대됐다. 같은 기간 한미 산업 전반의 기술격차가 6.6년에서 4.4년으로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우리 우주산업의 발전속도가 얼마나 더딘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관련 인력도 부족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순수 우주산업 인력은 684명으로 미국 20만1,100명, 영국 8,921명, 독일 8,400명 등 주요 선진국을 크게 밑돈다.

그럼에도 투자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우주산업 규모는 2조4,778억원(2014년 기준)으로 세계 시장의 0.7%에 불과하며 미래를 대비한 투자인 예산도 2014년 기준 4억5,900만달러로 미국(347억4,200만달러)의 1.32%에 그치고 있다. 중국(45억6,900만달러), 일본(26억200만달러)와 비교해도 10.0%, 17.5%에 불과한 수준이다.

정부 주도 우주개발 경험이 있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은 우주산업의 주체가 정부에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을 중심으로 한 민간으로 넘어가고 있지만 우주개발 경험이 부족한 우리는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일선에서 우주개발에 나선 주체들도 민간의 역할이 커지고는 있지만 우주산업에서만큼은 정부가 생태계의 한 축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카스카 신이치 도쿄대 항공우주천문학과 교수는 “정부는 민간이 우주산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관련법을 만들고 로켓 발사처럼 엄청난 비용이 드는 인프라를 조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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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캡은 미국이 우주개발 초기 단계에 마련한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는 달 탐사 시절 실리콘밸리 내에 마련된 발사시설을 이용해 적은 비용으로 로켓 발사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에이드리언 타임스 대표는 “1960년대 달 탐사에 나선 미국과 소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는 국가적 목표를 세우고 집중적으로 자금을 지원해 성과를 내는 일에 특화돼 있다”며 “정부는 초기 인프라를 깔거나 기간산업을 주도해 그 경험을 민간에 나눠주고 관련 규제 완화를 통해 가능한 사업영역을 넓혀주는 방식으로 우주산업 발전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술발전을 위해서는 기존의 한국식 우주개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계에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우주산업이 지나치게 성패 위주로만 평가되는 데 큰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8월 초 오는 2018년으로 예정돼 있던 1단계 달궤도선 발사계획을 2020년으로 연기하고 2020년으로 계획됐던 2단계 달착륙선 발사계획은 재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일회성 발사가 임박하면 국민적 관심이 쏟아지다가 성공 후 관심을 거두고 실패하면 냉소와 조소를 쏟아내는 과정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조단위에 가까운 돈이 투입된 대규모 사업의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실패를 독려하는 문화 없이는 혁신의 연속인 우주산업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김승조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로켓 발사 성공도 중요하지만 우주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일론 머스크처럼 많은 로켓을 날려보고 실패를 통해 배워야 한다”며 “빠르게 발전하는 우주 분야에서 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려면 미국처럼 실패를 격려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에는 로켓 발사 혹은 인공위성 개발 중심이었던 우주산업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관련 산업 활성화까지 염두에 두고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승조 교수는 “스페이스X를 이끄는 머스크는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부품으로 로켓을 만든다”며 “정부의 지원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우주개발이 산업계가 관심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연구기관이 정부로부터 개발비를 받아 일회성으로 로켓을 발사하고 마는 지금의 구조에서 벗어나 정부가 초기 단계에서부터 가격 경쟁력을 고려해 기술을 개발하고 이 기술이 민간에 빠르게 이전될 수 있도록 도와 민간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우주정책을 총괄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주요 선진국들이 우주산업과 관련해 총괄하는 독립된 조직을 보유한 것과 달리 한국은 우주개발 정책과 연구개발, 예산 집행이 각각 별도의 조직에서 진행된다. 모든 산업의 근간인 인재육성 방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윤영빈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핵심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필요하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국가 차원에서 우주에 관심 있는 우수한 인재들이 대학에서 실무를 배워 관련 기술로 창업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기초부터 차근차근 우주산업을 육성하는 방안도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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