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총장은 8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사건 관계인들의 인권을 더욱 철저히 보장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 진실을 명확히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을 두고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을 불러 지침을 내리고 이를 언론에 알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대검찰청은 “검사장이 정기적으로 검찰총장을 면담 보고하는 자리에서 이뤄진 지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수사팀 책임론’에 대한 문 총장의 발 빠른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총장의 지시에는 ‘자제하라’는 간접적 메시지가 담겼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윤 지검장이 이번 수사를 다시 지휘하게 되자 수사 과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고(故)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구속영장 심사를 앞두고 투신자살한 데 대해 ‘책임자급 이외의 검사까지 구속 수사하려는 것은 지나친 게 아니냐’는 검찰 내부의 비판이 커지는 과정에서 윤 지검장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 총장이 신속한 수사를 지시한 것도 수사가 무한 확대되면서 자칫 장기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총장 지시 직후 “국정원 수사팀은 아무리 사안이 중하더라도 대상자에 대해 따뜻하게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관련 사건 수사를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자체적으로 긴급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문 총장이 윤 지검장에게 던진 메시지는 뒤숭숭한 검찰 분위기를 다잡고 외부 비판의 확산을 막기 위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수사 착수에 이어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을 재판에 넘긴 점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진재선 부장검사)도 탁 행정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전날에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신봉수 부장검사)가 전 수석이 국회의원이었던 당시 그의 보좌진이 롯데홈쇼핑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단서를 잡고 관련 업체를 압수 수색하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비리 의혹을 겨냥하던 검찰의 칼날이 현 정부의 ‘살아 있는 권력’까지 정조준한 셈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이 정권의 충견이라는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현덕·노현섭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