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과 아세안과의 관계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 4대국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신(新) 남방정책’ 추진을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한-인니 비즈니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른바 ‘3P’를 핵심으로 하는 신남방정책 구상을 공개했다. 3P는 ‘사람(People)·평화(Peace)·상생번영(Prosperity) 공동체’를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상품교역 중심이었던 관계에서 기술·문화예술·인적교류로 확대하겠다”며 “교통·에너지·수자원 관리·스마트 정보통신 등 아세안 국가에 꼭 필요한 분야에서부터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제조업 등을 중심으로 한국과 아세안이 경제협력을 했지만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분야에서의 협력의 길을 트겠다는 것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그동안의 제조업과 자원개발 분야를 넘어 4차 산업혁명·방위산업·환경산업·교통·보건 등 미래 전략 분야로 확대하길 희망한다”며 “특히 방산분야는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사업 추진, 잠수함 건조 등 양국 경제협력의 새 장을 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우수한 교통인프라 능력을 인도네시아에 전수하고 보건의료 정책과 의료기술 분야에서도 새롭게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사람 공동체’, 안보협력을 통해 아시아 평화에 기여하는 ‘평화 공동체’, 호혜적 경제협력을 통해 함께 잘사는 ‘상생번영 공동체’를 함께 만들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협력을 강화하고 싶은 분야가 자동차산업으로, 한국은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가격 품질 경쟁력과 우수한 부품 망을 보유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가 아세안 최대 자동차 생산·수출국이라는 야심 찬 비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교역품목을 경기변동에 민감한 화석 연료와 기초 원자재에서 꾸준히 교역할 수 있는 기계·소재·부품·소비재로 늘리고, 인도네시아가 자랑하는 팜오일·농산물 등 친환경상품 교역을 확대하겠다”며 “양국 간 교역액을 2022년까지 30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500억달러 이상을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자카르타=민병권기자·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