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미FTA 개정협상]美 '임팔라 리콜' 결정 석달째 나몰라라..."독소조항 담판 지어야"

'車 안전기준 면제' 족쇄, 국민안전 직결돼 개선 시급

ISD, 증거법 등 미국법에 기초...한국법 위에 존재

스냅백 조항·무역규제 해소도 협상테이블 올려야

김현종(오른쪽 세번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2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 참석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를 비롯한 양국 관계자 등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김현종(오른쪽 세번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2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 참석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를 비롯한 양국 관계자 등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애초 개정 협상을 위한 양국 절차를 고려하면 내년 초에나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르면 다음달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양국이 협상 범위를 좁혀 속도감 있게 진행하자는 합의만 있다면 다음달에라도 개정 협상이 공식화될 수 있다.

관건은 미국에 어떤 것을 요구하고 받을 것이냐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먼저 개정을 제안하기는 했지만 이번 기회에 그동안 우리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점들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은 “이번 개정 협상의 목적이 양국 간 이익 ‘개선’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불공정하다거나 미흡하다고 판단하는 이슈를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콜 판단도 미국에 물어야 하는 규정 고쳐야=
국토교통부는 임팔라 차량에 대해 자동차안전연구원과 함께 미국 안전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검사하던 중 타이어 옆이 벌어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차종에 대한 전수 리콜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국토부는 한국GM에 안전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대해 한국GM 측은 테스트한 샘플 타이어에서만 발생한 문제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미국 정부에 끌려다녀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 안전규정만 지켜도 한국에 수출이 가능하다는 한미 FTA 자동차 규정 탓에 제작사와 자동차안전연구원 간에 큰 이견이 발생할 때 한국의 국토부가 아닌 미국의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판단에 기대야 한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한국 기준이라면 우리가 맞는지 안 맞는지 단언할 수 있다”면서 “미국의 기준을 맞춰야 한다는 게 한미 FTA의 규정이기 때문에 미국에 의견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자동차 안전 기준이 한국의 기준보다 광범위하다는 점도 한국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미국은 땅이 넓어 도로가 넓은데다 평지가 많아 한국보다 자동차 안전 기준이 덜 엄격하다. 한국에서는 주황색 방향지시등만 사용할 수 있는데 미국의 경우 빨간색도 허용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반대 차선 운전자가 강력한 헤드라이트 불빛 때문에 사고가 날 우려 때문에 한국에서는 장착이 의무화된 광축조절장치가 미국에서는 의무 대상이 아닌 점도 예로 들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애초 미국 자동차만 한국의 안전 기준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고 예외를 둔 것이 문제”라며 “안전 문제는 운전자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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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개선도 필요=이번 기회에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ISD는 한국 정부의 법·제도로 손해를 본 미국 투자자가 국제중재기구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이다. 한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은 미국법의 보호를 받는 미국 기업보다 더 많은 권리를 가질 수 없다고 명시됐다. 이 조항을 근거로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에 손해를 봤다고 주장할 수 있다.

물론 ISD는 FTA를 맺은 나라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지만 미국을 상대하기 버거운 게 현실이다. 기본적인 증거법들과 법원리가 미국법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통상전문가는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5조원대 소송을 진행하는 사례처럼 미국 기업들이 한국 법 질서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며 “ISD는 실질적으로 미국 법질서가 한국법 위에 존재하게 되는 틀”이라고 지적했다. ISD 조항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상대국 회사 정보 공유협약 의무화, 페이퍼컴퍼니 보호 배제 조항 삽입, 재심제 도입 등이 거론된다.

◇스냅백 조항, 무역구제 조치도 논의해야=스냅백 조항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슈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스냅백’은 양측 간 자동차 관련 합의사항을 어길 경우 관세를 원상회복하는 조치로 한미 FTA 체결 당시 한국에 불리한 독소조항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세이프가드와 반덤핑관세 등 미국의 강력한 무역구제 조치를 잠재울 방안도 거론된다. 지난 2006년 한미 FTA 협상 당시 정부는 미국의 무역구제 조치들이 FTA를 통해 현저하게 누그러질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분쟁해결절차 조항에서 강력해지는 무역구제 조치를 막을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현재 규정상 세이프가드나 반덤핑 등 무역구제 조치에 나설 경우 우리 정부와 협의하고 무역구제위원회를 두게 돼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 정부는 우리 정부에 미리 통보하고 의논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강광우·김상훈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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