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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 ‘7호실’ 신하균 “누군가의 기억에 내가 한 시간이 있는 게 좋아”

연기생활 20년차 임에도 신하균에게는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작품에 대한 긴장감, 냉철함, 박한 자기평가, 그리고 매 연기에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배우 신하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배우 신하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11월 15일 개봉 영화 ‘7호실’(감독 이용승) 역시 신하균의 연기는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서울의 망해가는 DVD방 ‘7호실’에 각자 생존이 걸린 비밀을 감추게 된 사장과 알바생, 꼬여가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남자의 열혈 생존극을 그린 ‘7호실’에서 가장 ‘웃픈’ 캐릭터로 또 하나의 인상적인 필모그래피를 남겼다.

극 중 망해가는 DVD방을 하루 빨리 팔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장 두식 역을 맡아 연기한 신하균과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지금의 신하균을 만든 건 2003년 영화 ‘지구를 지켜라!’였다. 장준환 감독의 SF스릴러 ‘지구를 지켜라’에서 신하균은 외계인으로 인해 지구가 위험에 처할 거라 믿고는 괴이한 행각을 벌이는 병구를 선보였다. 당시 ‘지구를 지켜라’는 워낙 독특한 작품에 ‘괴작’이라 저평가 받다가 훗날 가치를 인정받고는 신하균의 필모에서 방점을 찍는 작품으로 거듭났다.

신하균은 “‘지구를 지켜라’는 나에게 감사한 작품이다. 그래도 그 나이 때 거기서 연기를 할 수 있어서 다른 좋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는 그런 영화가 또 나올 수 있지 않을까”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배우 신하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배우 신하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지구를 지켜라’에서 동생 순이 역으로 신하균과 남매 호흡을 맞췄던 여배우 황정민은 이번 ‘7호실’에서 두식의 누나로 분했다. 14년 만의 재회다. “‘지구를 지켜라’ 이후로 처음 만났는데 너무 반가웠다. 황정민 선배님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너무 좋다. ‘지구를 지켜라’에서 너무 짧게 만나 아쉬웠는데 이번에 또 뵙게 됐다.”

과거 작품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예전 출연작을 다시 보는지 묻자 신하균은 잔뜩 부끄러운 기색을 나타내며 “아뇨, 아뇨”라고 손사래를 쳤다. “안 본다. 못 보겠다. 그냥 쑥스럽다. TV에 내 작품이 나와도 오히려 채널을 넘긴다. 남의 것을 오히려 보는 편이다. 최신작을 막 찾아보는 편은 아니지만 우연히 보는 경우가 많다. 지인들 시사회에 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신하균은 ‘흥행’이라는 단어에 나름의 정의를 내렸다. “흥행이라는 게 천만, 800만을 달성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투자한 만큼 손해를 안 보는 게 흥행인 것 같다. 영화마다 다른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지만 다양하게 관객들이 골라볼 수 있는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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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곧 신하균이 지금껏 보인 필모그래피로 증명된다. 1998년 영화 ‘기막힌 사내들’로 데뷔해 ‘간첩 리철진’ ‘반칙왕’ ‘공동경비구역 JSA’ ‘킬러들의 수다’ ‘복수는 나의 것’ ‘묻지마 패밀리’ ‘서프라이즈’ ‘지구를 지켜라’ ‘우리 형’ ‘친절한 금자씨’ ‘웰컴 투 동막골’ ‘박수칠 때 떠나라’ ‘더 게임’ ‘박쥐’ ‘퀴즈왕’ ‘페스티발’ ‘카페 느와르’ ‘고지전’ ‘도둑들’ ‘런닝맨’ ‘빅매치’ ‘순수의 시대’ ‘올레’ ‘악녀’ 등 규모, 장르, 역할의 대소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변주를 추구해왔다. 드라마에서도 ‘좋은사람’부터 ‘위기일발 풍년빌라’ ‘브레인’ ‘내 연애의 모든 것’ ‘미스터 백’ ‘피리부는 사나이’까지 인상적인 캐릭터들을 연기했다.

배우 신하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배우 신하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크게 방향을 전환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 그때그때 재미있는 걸 하고 있었다. 관심이 있는 부분의 이야기가 최근 작품으로 들어왔다. 내가 반가워하는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 영화적으로 신선한 메시지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번 ‘7호실’에서도 그런 분들(사회의 乙)의 모습에 관심이 많다. 내가 살아왔던 환경도 그랬고 내 주변에 그런 친구들도 많기 때문이다.”

요즘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아졌다면서 신하균은 배우를 직업으로 선택하게 된 과정을 밝혔다. “사실 내가 이쪽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특별한 꿈이 없었다. 우리 세대가 다들 그랬듯이 내 목표도 4년제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서울에 있는 4년제에 들어가고 안정된 길을 가기를 모두가 원했다. 별다른 목적 없이 공부만 했었다. 진로 선택을 할 때 불현 듯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생각했다. 그러다가 영화를 좋아했던 게 생각나서 시작하게 됐다.”

“그 때까지만 해도 가장 부러웠던 사람이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잘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며 이야기를 하는 분이 부러웠다. 내가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같이 공감하는 걸 가장 크게 생각해서 이 일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지금도 내가 바라보는 세계, 사회적 문제점을 나누고 싶다. 글을 잘 쓰는 건 아니니 연기를 통해 공감하는 게 큰 행복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우리 ‘7호실’도 사실 해답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같이 느끼는 어려움을 보면서 우리가 뭔가 바꿔나가도록 더 나은 삶을 위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인 것 같다.”

인생선배로서 지금의 청년들에게 “나는 젊을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다. 모두들 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신하균은 배우로서 행복한 순간으로 “내가 한 영화를 기억해주시고 2시간의 러닝타임 이후에도 좋은 추억을 해주시면 행복하다. 누군가의 기억에 내가 한 시간이 있는 게 좋다”며 미소 지었다.

배우 신하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배우 신하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반면 배우로서 느낀 위기의 순간에 대한 질문에는 “그렇게 큰 위기는 없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무난하게 쉬지 않고 연기한 것 같다. 내가 촬영이 없거나 하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 최근에도 촬영을 7월에 끝내고서 쉬고 있는데 막연한 불안감이 있기는 하다”고 털어놨다. “사실 안으로 긴장을 되게 많이 하는 편이다. 첫 촬영할 때는 예나 지금이나 긴장을 많이 한다. 모르는 분들과 대면해서 연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장에서도 몸이 풀리려면 시간이 걸리더라. 예전에 비해 조금 달라진 것은 그런 걸 아닌 척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웃음)”

신하균이 계속적인 긴장과 노력을 기울인 대가로 대중들은 그에게 여전히 ‘하균신(神)’ 혹은 ‘연기神’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이 같은 표현에 신하균은 “그런 걸 못 보겠다. 말도 안 된다. 내가 신가(家)라 그런 것 같다. 감사할 뿐이다”라며 마지막까지도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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