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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기획:더유닛vs믹스나인②] 서로 다른 승부수…신파와 독설 사이

KBS2 ‘더 유닛’과 JTBC ‘믹스나인’은 Mnet ‘프로듀스 101’(이하 ‘프듀’)과 많은 부분에서 비교된다. 여러 기획사가 참여하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인데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올라선 연습생만이 데뷔조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과정과 목표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

그러나 후속작은 전작만큼만 해서는 기대를 충족할 수 없다. 이미 눈이 높아진 대중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더 유닛’과 ‘믹스나인’은 ‘프듀’의 성공 모티브를 따르되 본인들만의 매력을 추가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각각 다른 방송사, 제작사가 참여한 만큼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 따져봤다.




/사진=서경스타 DB/사진=서경스타 DB


먼저 ‘더 유닛’은 전·현직 아이돌 전체를 대상으로 가치와 잠재력을 재조명하고 대한민국 대표 유닛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그램을 총 지휘하는 한경천 CP는 “아이돌이 꿈을 이룰 수 있게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프로그램 제작 전반은 KBS가 관리하며 최종 유닛의 관리는 ‘더 유닛 문화전문회사(문전사)’가 맡는다.

‘믹스나인’은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양현석 대표가 전국의 기획사를 직접 찾아가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는 리얼리티 컴피티션 프로그램. 남녀 각 9명씩 팀을 만든다는 것에서는 ‘더 유닛’과 비슷하지만, 이후 남녀 성대결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방송사는 JTBC지만 제작은 YG 주관이다. 심사위원도 YG 소속 가수와 프로듀서가 대부분이다.

오디션 참가자는 모든 아이돌 연습생 및 현역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다. 그 부분에서 ‘더 유닛’과 ‘믹스나인’은 뚜렷한 경계를 가지지는 않는다. 실제로 보이그룹 에이스는 멤버 5명 중 3명이 ‘믹스나인’에, 나머지 2명이 ‘더 유닛’에 출연한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기준은 따로 없는 것이다.

물론 ‘더 유닛’이 리부트를 표방하는 만큼 데뷔를 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한 아이돌이 더 많이 등장한다. ‘보이프렌드’, ‘열혈남아’ 등 그룹 전체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지닌 이들부터 ‘다이아’, ‘소나무’ 등 그룹 인지도는 있지만 개별 인지도가 낮은 멤버들이 출연하기도 했다. ‘믹스나인’은 이에 비해 연습생 비율이 조금 더 높은 편이다.

‘아이돌 발굴’이라는 비슷한 포맷이지만 목적의식에는 사뭇 차이가 있다. ‘더 유닛이 교감과 치유에 방점을 찍었다면, ’믹스나인‘은 원석발굴에 더 힘을 싣고 있다.

‘더 유닛’ 박지영 PD는 앞서 “출연자들이 아이돌이 되려하지만, 인생에 있어서도 어떠한 것에 열망하는 사람들끼리 교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상처를 받았던 사람들이 치유하는 과정을 담고 싶다. 투표를 통한 과정보다 선배들과 교류하고 성장하는 과정에 중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믹스나인’ 한동철 PD는 “젊은 친구들 중에 잘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대중들은 잘 모른다. 저도 오디션을 보면서 이런 친구가 있었나 싶었다”며 “음악 프로그램만 20년을 넘게 한 PD인데도 몰랐다. 이 친구들을 보여드리는 게 목적이다”고 기획 의도를 밝힌 바 있다. 여러 소속사에서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원석을 발굴해 대중 앞에 선보이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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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2, JTBC/사진=KBS2, JTBC


이 같은 차이는 편집점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더 유닛’이 따뜻함을 기본 무드로 내세웠다면, ’믹스나인‘은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바꿔 말하면, ‘더 유닛’은 신파적인 코드를 따르고 ‘믹스나인’은 적당한 불편함을 부추긴다.

우선 멘토와 심사위원이라는 존재에서부터 차이가 나는데, ‘더 유닛’에서 멘토는 참가자의 당락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우선 현장에서 방청객의 선택에 1차 합격이 결정되고, 혹시나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멘토 중 단 한명의 표만 받아도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총 합격자 수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믹스나인’은 100% 심사위원 결정에 따른다. 자이언티, CL, 승리 등이 양현석과 함께 기획사를 탐방하지만 어찌됐든 절대적인 권한은 양현석에게 있다. 이 과정에서 독설 같은 심사평도 스스럼없이 뱉는다. 그의 선택을 받은 참가자는 데뷔조 혹은 합격자조에 속하게 되는데, 이 때 인원은 9명으로 정해져있다. 만약 다 찼는데 새로운 참가자가 데뷔조에 뽑힌다면 기존의 한 명을 밀어내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평가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

‘더 유닛’은 멘토 황치열이 어린 친구들이 무대에 등장할 때 “어른들 때문에 상처받은 것들을 이 기회에 잘 치유했으면 좋겠다”고 토닥여준 것처럼 날카롭기보단 따뜻한 심사평이 주를 이뤘다. 태민, 현아와 함께 가수의 꿈을 키웠던 참가자가 무대 위에 올라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은 자신의 사연을 소개하다 눈시울을 붉히고, 이를 통해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려 노력했다.

한동철 PD는 앞서 Mnet에서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을 맡았던 연출가답게 편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나열식으로 보여드리면 대중들이 잘 안 보신다. 그래서 저희만의 짜임새 있는 룰을 만든 것이다”며 “경쟁을 부추기는 면도 있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친구들을 보여주고 싶다. 지는 팀이 생겨도 그냥 지는 게 아니라 그러면서 팬들에게 자기 모습을 조금 더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고 소신을 드러낸 바 있다.

‘더 유닛’에서 매회 참가자들은 물론 멘토들까지 눈물을 흘렸다. 함께 연습하고 꿈을 꿨던 동료가 등장했을 때의 안쓰러움과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 등을 진정성 있게 전하려 노력했다. ‘믹스나인’은 조금 더 자극적인 면에 승부수를 던졌다. 양현석의 독설부터 연습생들 사이 은근한 견제 등 의도된 불편함을 내세웠다. 그 결과 ‘믹스나인’의 더 긴장감 넘치는 프로로 각인됐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더 유닛’에 더 우호적인 모양새다. 2회밖에 진행되지 않았고 크지 않은 차이이기는 하지만, ‘더 유닛’ 시청률이 상승할 동안 ‘믹스나인’은 하락했다. 특히 양현석은 수위를 조절하지 못한 독설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비슷하듯 보이지만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두 프로그램은 앞으로 어떻게 변모할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신파가 빤하지 않고, 지나친 경쟁이 불편하지 않을 순 없다. 그 속에 진정성을 어떻게 담아내는지가 이들 앞에 남겨진 최대의 숙제가 될 듯하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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